신문 스크랩 289

바람의 이름

샛바람, 하늬바람, 마파람, 높새바람…. 동서남북(東西南北)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순우리말 표현이다. 듣기에 좋으며 정겹기까지 하다. 우리 기상청에서 분류하는 각종 바람의 이름도 쉽고 편한 표현이어서 역시 듣고 부르기에 좋다. 바람이 없는 상태를 고요, 가벼운 상태를 실바람, 그보다 조금 강하면 남실 바람으로 적는다. 이어 산들바람, 건들바람, 흔들바람, 된바람으로 차츰 급을 높인다. 중국에서는 이들을 무풍(無風), 연풍(軟風), 경풍(輕風), 미풍(微風), 화풍(和風), 청풍(淸風), 강풍(强風)으로 적는다. 이 정도의 바람이면 우리가 생활하는 데 달리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센바람(near gale), 큰바람(gale) 등급으로 들어서면 사람이 걷기조차 곤란해지거나 아예 걸을 수가 없을 정도에 ..

신문 스크랩 2022.09.23

지나친 내일 걱정이 오늘을 힘들게 한다

건강 염려가 증가했음을 임상 현장에서 느낀다. 예를 들면 건망증으로 인한 치매 걱정이다. 몇 년 전에 비해 기억력이 좋아진 경우가 있는지 질문하면 나이를 불문하고 손 드는 이가 없는 상황이다.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건망증인데 조기 치매가 아닌지 걱정되어서 찾아오는 30대 직장인도 있다. 건강 염려가 심해질 경우 질병불안장애(illness anxiety disorder)에 이를 수 있다. 대부분의 생각이 하루 종일 건강 염려에만 빠져 있는 경우도 있다. 옆에서 보기에는 왜 저러나 싶지만, 건강 염려는 꾀병이 아니다. 그리고 마음만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음이야 불편하면 그만인데 실제 몸이 상해서 문제다’라며 불안이 몸에 야기하는 부정적 영향을 강조해서 이..

신문 스크랩 2022.08.23

체중은 건강한 삶으로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美 보험사는 체중 기반으로 보험 상품 운영하며 회원 건강 꼼꼼히 체크 체중(㎏)을 키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 23일 때 사망 위험 낮아 70세 이후엔 과체중보다 저체중이 위험… “나이들면 부족함 경계해야” 다들 적정 체중을 가지려고 애쓴다. 체중은 먹고 돌아다닌 일상의 결과다. 많이 먹고, 적게 움직였으면 몸무게는 어김없이 늘어난다. 체중은 칼로리 수입과 열량 지출을 표기한 신체 회계장부다. 그렇기에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올라섰을 때, 전날 내 활동에 대한 성적표를 받는 느낌이다. 먹은 만큼 늘고, 움직인 만큼 준다. 체중은 수학으로, 숫자에 속임수나 착각이 있을 수 없다. 체중계는 살이 안 찐다. 이런 체중을 갖고 돈을 버는 회사가 있다. 미국 보험회사는 회원들의 병원 치료비를 대주는 이른바 실손..

신문 스크랩 2022.08.23

예와 명

공자는 ‘논어’에서 서른에 이립(而立)하라고 했고 마흔에 불혹(不惑)하라고 했다. 이립은 압축어인데 복원하면 입기이례이입인이례(立己以禮而立人以禮)이다. 먼저 예로써 자기를 세운 다음에 남도 예로써 세워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군신(君臣) 모두에게 해당되는 덕목이다. 그래서 공자는, 신하는 임금에게 진례(盡禮), 즉 예를 다해야 하고 임금은 신하에게 예대(禮待), 즉 예로써 대우해야 한다고 했다. 공자에게 예란 넓은 의미에서 사리(事理), 즉 일의 이치다. 그래서 간언을 할 때 지나치게 임금의 잘못을 정면으로 지적해서도 안 되지만 아예 임금의 잘못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이것이 바로 진례(盡禮)하는 것이다. 마흔에 도달해야 할 불혹이란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일의 이치가 아닌 것, 즉 비..

신문 스크랩 2022.08.18

우리, 살아 있잖아요

지혜와 경륜, 게다가 넉살까지 갖춘 ‘할머니 친구’를 사귀는 건 즐겁고도 든든한 일입니다. 두 어머니가 계시지만, 딸이고 며느리라 오히려 털어놓지 못할 고민을 ‘할머니 친구’에겐 무람없이 할 수 있거든요. ‘홍대 앞 할머니’가 그런 분입니다. ‘대모’라기엔 체구가 귀여운 소녀 같고, ‘멘토’라기엔 좀 딱딱해서 그냥 서로 존대하며 친구처럼 지냅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10년 우정! 예전엔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받다 카톡이 생긴 뒤로는 매주 한두 번 문자로 안부를 전하지요. 언제나 그렇듯 제가 푸념하고 그분은 다독여주시고요.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도, 큰애 군대 보낼 때도, 나이 쉰에 맹장 수술 했을 때도 특유의 짧고 담백한 문장으로 절 응원해주셨지요. 흐르는 강물처럼 조용한 성품인데도 위트가 뛰어나 저를 빵 ..

신문 스크랩 2022.07.21

가평고교,카이저하사,클리랜드 사단장

▶나이아가라 폭포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선(border line)을 따라 흘러내린다. 지난 16일, 캐나다 쪽 폭포 옆 무명용사 묘에 인접한(be adjacent to the Tomb of the Unknown Soldier) 페어뷰 묘지에선 ‘한국전(戰) 가평 전투 승전비’ 제막식이 열렸다. 경기도 가평군이 6·25 참전 캐나다 장병들의 헌신과 희생에 대한 감사 표시로 (as a token of appreciation for their devotion and sacrifice) 기증했다. 캐나다는 2만7000여 명을 파병, 특히 ‘가평 전투’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achieve brilliant success in the battle). ‘가평 전투’는 1951년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캐나다·..

신문 스크랩 2022.07.01

‘아버지의 날’ 감사 카드에 적힌 글

그저께(the day before yesterday), 6월 셋째 일요일은 서양에서 ‘아버지의 날’이었다. 이날 자녀들은 애정과 정성 어린 선물(affectionate gift from the heart)과 함께 감사하는 마음을 카드에 담아 전한다. “어릴 때는 좋아했고, 커서는 사랑했고, 늘 존경했어요, 아빠.” “아버지가 없었으면 어떻게 제가 이 세상을 헤쳐왔을(make it through this world)지 모르겠습니다.”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freedom to fly to my heart’s content)와 날다가 떨어져도 언제든 붙잡아 주시리라는 믿음을 주셨음에 감사드립니다.” “아버지는 ‘베이컨을 집에 가져오는(bring home the bacon=생계를 꾸리다)’ 방법뿐 아..

신문 스크랩 2022.06.21

6월이 오면

‘건초로 지은 집(our haybuilt home)’이라는 표현이 재미있다. 건초 더미를 쌓아 올려 만든 집에 누웠다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건초 더미 위에 누워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사랑을 속삭이니 집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렷다. 요즘도 이런 젊은이들이 있을까. 있어야 한다. 높은 빌딩, 시멘트에 포위되어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의 마술을 관찰하기가 쉽지 않은 도시에서 사랑을 하려면 돈이 든다. 도시에서는 노래를 부를 때도 돈을 낸다. 공기도 통하지 않는 컴컴한 지하 노래방에서 유행가를 부르는 대한의 남녀들에게 ‘6월이 오면’을 들려주고 싶다. 잔디에 앉아 노래도 부르고 시도 외우고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들로 근사한 궁전을 짓고 천 년 만 년 살고 지고. 그대가 곁에 있으면 어디든 집이 아..

신문 스크랩 2022.06.07

고통과 결핍이 걸작을 만든다

고통과 결핍이 걸작을 만든다 불가마에서 도자기가 나온다 올드팝 명곡 중에 ‘테네시 월츠’는 친구에게 애인을 빼앗긴 여자의 가슴이 찢어지는 스토리를 담은 곡이다. 더 극심한 마음의 고통을 표현할 때는 ‘애끊는[斷腸]’이라고 한다. 역경은 아프고 견디기 힘든 인생의 철조망 통과다. 성공한 사람들에게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IQ, EQ가 아닌 ‘AQ(역경지수)’로 삶의 평형수다. 고난과 결핍이 축복이란 건 인생 최고의 역설이다. 천적이 있는 동물이 생존에도 강하며, 혹한을 거친 뒤에야 피는 식물의 춘화(春化) 현상도 같은 차원이다. “땅이 비옥하면 사람들은 나약해진다. 좋은 과일과 좋은 군인을 동시에 배출한 땅은 없다.” 헤로도토스의 말이다. 조선일보 오피니언(이동규의 두줄칼럼)중에서

신문 스크랩 2022.06.03

國旗는 바람이 흔들어 펄럭이는 게 아니다

6월 6일은 현충일(顯忠日·Memorial Day)이다. ‘충렬(忠烈)을 깨우쳐 보이는 날’이라는 뜻으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 선열과 전몰 장병(patriotic martyrs and fallen soldiers who gave up their lives for their country)을 기리는 추념일이다. 1956년 ‘현충기념일’ 공휴일로 공포된 후 1982년에 법정 기념일로 지정됐다. 미국은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을 Memorial Day로 삼고 있다. 현충일 관련 명언들을 모아봤다. “이날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모든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는(pay homage to all those who didn’t come home) 날이다. 기념일이 아니다. 자유의 대가에 대해 엄숙히 숙고하는 날..

신문 스크랩 2022.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