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스크랩 236

억지로라도 산책을 해야 하는 이유

외로움이 깊어지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쌓이고 있다.만성 외로움은 비만이나 흡연만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우울증과 심혈관 질환 및 치매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그러면 지구인이 현재 겪고 있는 외로움은 어느 정도일까. 대표적인 글로벌소셜미디어 회사가 학술 그룹과 공동으로 142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조사에 따르면, 4명 중 1명이 상당한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그런데 나이가 들면 더 외로울 듯싶은데 젊은 성인(19~29세)도 외로움이 컸다.모두가 외로운 상황이다. 외로움은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식욕처럼 우리 생존에 중요한 느낌이다.몸의 에너지가 빠져나가도 배고프지 않으면 식이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어렵다.과도한 식욕이 다이어트에는 적이지만..

신문 스크랩 2024.04.24

밀가루 두 포대의 기적, 대전 성심당

한국전쟁 때 흥남 철수선을 타고 탈출한 실향민 임길순씨가 진해에서 서울로 가려다 열차에 문제가 생겨 대전에서 내렸다. 생계가 막막하던 그에게 대전 대흥동 성당이 구호물자였던 밀가루 두 포대를 내줬다. 임씨는 가족 끼니를 해결하고 남은 밀가루로 찐빵을 만들어 대전역 앞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나무 간판에 ‘성스러운 마음’이란 성심(聖心)을 새겨 넣었다. 대전의 명물 빵집, 성심당의 시작이었다. ▶북한을 탈출할 때, 임씨는 ‘이번에 살아남으면 남은 인생은 남에게 베풀기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임씨는 하루에 만든 빵 중 100개는 이웃에게 나눠줬다. 당일 만든 빵 중 안 팔린 빵은 모두 가난한 이웃에게 나눠주는 성심당의 전통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지난해 성심당이 지역사회에 베푼 나눔 빵은 10억원어치가 넘는..

신문 스크랩 2024.04.23

환자는 병원 말고 집으로 가야 했다, 그가 옳았다

죽음이 정해진 사내가 왔다. 전신이 퉁퉁 부은 그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소생실에 누웠다. 그의 외양은 기록과 일치했다. 1년 전 췌장암 3기 진단을 받았으나 치료를 거부하고 귀가했다고만 되어 있었다. 그다음 기록이 지금 응급실 방문이었다. 40대밖에 되지 않았는데 모든 치료를 거부하는 드문 경우였다. 그는 내 말에 간신히 대답할 정도로 쇠약했다. “다른 병원에도 안 가본 거지요?” “전혀 안 다녔습니다.” “그때부터 치료를 받았으면 이 정도까지는 안 되었을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치료받기 무서웠습니다. 이번에도 병원에 안 오고 싶었지만 숨이 가쁘고 움직일 수가 없어서 왔습니다.” 심전도가 금방이라도 멈출 것처럼 파형을 잃고 뒤흔들렸다. 수치는 참혹했다. 병을 일부러 마지막까지 키운 것처럼 보였다...

신문 스크랩 2024.04.19

내비게이션만 보는 운전,기억상실증.치매위험

위성항법(satellite navigation)으로 길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은 인류 최고 발명품(mankind’s greatest invention)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이 기술(life-enhancing technology)이 역설적으로 기억력 손실에 따른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기도 한다(cause a decline in the quality of life). 내비게이션은 운전자 두뇌를 비활성화해서 학습·기억 능력을 감퇴시켜 (deteriorate the ability to learn and recall) 이른바 디지털 치매를 유발할 (lead to the so-called digital dementia) 수도 있다. 지도와 도로 표지판을 보며 길을 찾아가다가 순간적 결정을..

신문 스크랩 2024.04.15

기다리던 순간은 언제나 빨리 지나간다

사람 그리워 등불 켜는 무렵에 벚꽃이 지네 人恋[ひとこひ]し灯[ひ]ともしころをさくらちる 일본은 벚꽃 철에 입학식을 한다. 우리와 다르게 4월에 학기가 시작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광경은 길을 걷다 우연히 본 도쿄의 어느 초등학교 입학식. 자기 키 반만 한 란도셀(일본 초등학생 책가방)을 멘 아이가 학교 앞 벚나무 아래에서 엄마 손을 잡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때마침 부드럽게 불어온 바람에 하얗게 반짝이는 꽃잎들이 팔랑팔랑 휘날리며 ‘OO초등학교 입학식’이라는 입간판 옆에 선 아이와 엄마를 축복하듯 춤을 추었다. 길 건너에서 제삼자가 본 광경인데도 인화한 사진이 눈에 선할 정도로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저 아이는 이 순간을 평생토록 기억하겠구나. 일본인에게 왜 그토록 벚꽃이 애틋한지 알 듯도 ..

신문 스크랩 2024.04.13

잘난 체하는 당신들 한국 사람들 때문이잖아

‘과시하기 경쟁(race to flex): 한국에선 부유함을 뽐내는(show off wealth) 게 왜 미덕일까.’ 필리핀 매체 ‘인콰이어러’가 “체면이 전부인 한국에선 부자라고 뻐기거나(brag about being rich) 부자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게 악덕(vice)이 아니라 미덕(virtue)인 듯하다”며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이미 가졌으면 으스대고(flaunt), 아니면 가질 때까지 가짜로 꾸민다(fake it)”고 시작한 내용은 대략 이렇다. “길거리 어디에서나 명품 가방을 볼 수 있다. 명품에 대한 강박(obsession with designer labels)이 워낙 만연해(be widespread) 어린 아이들까지 입고 신고 학교에 간다. 엄마들은 학부모 회의에도 온갖 명품으로 치장하..

신문 스크랩 2024.04.13

침대 이혼

30년을 함께 산 한 부부는 얼마 전부터 잠자리에서 귀마개를 쓴다. 코 고는 남편 때문에 아내가 먼저 준비했는데 언제부턴가 아내도 코를 골자 부부가 모두 쓴다. 잠결에 몸을 뒤척이다 서로 눈을 찌르거나 뺨을 쳐서 깨운 적도 있다. 남자가 직장 동료 식사 자리에서 그 얘기를 꺼냈더니 “아직도 한방을 쓰느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모임에 나온 이 중 절반 이상이 각방을 쓴다고 했다. ▶미국에서 부부가 각방을 쓰는 ‘수면 이혼(sleep divorce)’이 증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전체 부부의 35%가 따로 잔다고 한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지난달 통계를 보니 한 침대를 쓰는 부부는 절반도 안 되는 42%였다. 대표적 노령 국가인 일본은 100세 시대 행복한 노년을 위한 주거 형태로‘1인 ..

신문 스크랩 2024.04.10

사람 보는 잣대, 의(議)와 논(論)

‘말’이라고 다 같은 ‘말’은 아니다. 말에는 일하는 말이 있고 말을 위한 말이 있다. 일하는 말을 의(議)라 하고 말을 위한 말을 논(論)이라 한다. 이 둘을 나누는 잣대는 하나는 일[事]이고 또 하나는 미래와 과거이다. 의(議)는 ‘의견’이라고 옮겨야 하는데 정확하게는 앞으로 할 일에 대한 의견을 의(議)라고 한다. 책임 당국자들이 그리는 미래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의(議)다. 반면에 논(論)은 지나간 것에 대한 말이다. 반고의 ‘한서’나 사마천의 ‘사기’는 대표적인 논(論)이다. 또 큰 사고가 났을 때 복구 대책은 의(議)이고 사고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은 논(論)이다. 의(議)는 미래를 향한 것이고 논(論)은 과거를 향한 것이다. 법률 분야는 자연스럽게 논(論)이 지배한다. 법조인 출신들이 잘하는 ..

신문 스크랩 2024.03.28

절절하사(折節下士)

절절하사(折節下士)란 큰 뜻을 품은 사람이 자기 주장이나 생각을 굽히고 여러 선비들에게 자기를 낮춘다는 뜻이다. 하사(下士)는 하인(下人)이라고도 하는데 남에게 자기를 낮춘다는 뜻이다. 조선 임금 중에서 이를 잘 갖추었던 임금은 태종이다. ‘태종실록’ 총서에는 젊은 시절 태종 모습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고려 말 태종은 세상을 구제할 뜻이 있어 능히 자기 주장이나 생각을 굽히고 여러 선비들에게 자기를 낮추었다.” 이는 상투적 표현이 아니다. 여러 형제들 중에 유독 이방원에게 많은 사람이 따른 이유를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리더가 절절하사(折節下士)할 때라야 많은 이들이 따르게 된다. 많은 사람이 따르게 하는 또 한 가지는 너그러움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관즉득중(寬則得衆)이라고 했다...

신문 스크랩 2024.03.24

아주 보통의 작별

죽음은 꼭 절망이며 어둠일까. 김영민 교수의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게 좋다’에는 어려운 시절이 오면 한적한 곳에 문을 잠그고 홀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렇게 온전히 하루를 보내면 불안한 삶이 오히려 견고해지는 감각이 생기는데, 그 느낌이 자기 삶의 단단한 기반이라는 것이다. 죽음이 이토록 명징한 것이라면 태어남과 동시에 우리는 ‘사는 게’ 아니라 ‘죽어가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회복 불가능한 불치의 병에 걸려 긴 고통을 그만 멈추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조력 사망이 가능한 스위스의 한 단체로 향하는 여정을 지켜봤다. 영상에 달린 수많은 댓글 속, 다양한 의견과 가슴 아픈 사연을 읽으며 나는 국회에서 여전히 계류 중인 ‘조력존엄사법’이 초고령화 시대에 더 ..

신문 스크랩 2024.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