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스크랩 297

삶의 끝에서 떠 올리게 될 것들

‘버킷 리스트’ 하면 나는 죽음을 먼저 떠올렸다.이 말을 유행시킨 영화의 주인공이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노인 둘이었기 때문이다.그들의 버킷 리스트에는 언젠가 해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미래 시제의 소망이가득하다. 번지점프나 패러글라이딩 같은 것도 있지만 가장 많은 건 타지마할,피라미드 같은 여행 목록들이다.그런데 곽세라의 책 ‘나의 소원은, 나였다’를 읽다가 “정말 마지막 순간이 오면,마음은 가보지 못한 길을 가려 들지 않는다.대신 추억 속 그 길을 다시 걷고 싶어 하고 내가 알던 이들을 한 번 더 보고파한다”라는 문장을 읽었다.지름 21센티미터의 암을 선고받은 저자가 벼랑 끝에서 떠올린 건 버킷 리스트가아니라 앙코르 리스트였다.죽음이 비통했던 이유는 ‘잃어버릴 미래’ 때문이 아니라 ‘사라져 갈 과거’를..

신문 스크랩 2025.03.27

조선의 와룡매(臥龍梅)

동양 문화권에서 사군자의 하나로 사랑받는 매화는 다양한 별칭이 있다. 한국에서는 눈을 맞으면서도 꽃을 피운다 하여 ‘설중매’가 널리 일컫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와룡매(臥龍梅)’라는 별칭도 낯설지 않다. 와룡매란 본줄기[主幹]에서 자라난 가지가 아래로 처져 지면에 닿으면, 그 가지가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자손 줄기[子孫株]가 되어 옆으로 뻗어나가며 생장한 매실나무를 말한다. 그 모습이 용이 땅 위에서 노니는 자태와 같다고 하여 와룡매라는 이름을 얻었다. 일본 센다이시에는 ‘조선매실나무(朝鮮ウメ)’라는 명물 와룡매가 있다. 센다이번을 창건한 다테 마사무네가 임진왜란 때 조선에서 모목(母木•어미나무)을 가져와 자기 성에 옮겨 심은 후 애지중지 기른 후계목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수령 300년이 넘는..

신문 스크랩 2025.03.23

남편이 아내에게 건네는 "미안해" 한마디의 효과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라는 제목의 팝송이 있다. 영국 가수 엘턴 존이 작사·작곡한(write and compose) 노래로, 말마따나 “‘미안해’가 가장 하기 어려운 말인 것 같아”라는 뜻이다.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결혼 생활하는 데는 ‘고마워’ 못지않게 ‘미안해’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play as definitive a role as ‘thank you’) 한다. 특히 남편이 ‘미안해’라고 말하는 빈도가 잦을수록 부부 행복도(marital bliss)가 높아진다고 한다.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이 이성 커플(heterosexual couple) 74쌍의 부부 싸움(domestic dispute)을 장기간 관찰한 결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서는(..

신문 스크랩 2025.03.22

[산 모퉁이 돌고 나니] 하늘은 이미 봄… 새로운 날이 고맙다

한겨울을 지났을 때다. 한 형제가 주일예배를 드린 후 찾아왔길래 반가웠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우리가 얼마나 찾고 기다렸는데. 사고로 다치지는 않았나 했어요.” “걱정 끼쳐 죄송합니다. 잘 지내다 왔습니다.”멋쩍은 표정이다. 낯빛을 보니 평소와 달리 얼굴은 붓고, 해를 못 본 듯했다.  내가 물었다. “큰집 다녀왔어요?” “그렇게 됐습니다. 거리에서 별것 아닌 다툼이 있었는데, 경찰이 왔습니다. 파출소 가보니 벌금 밀린 게 확인돼 100일간 들어갔다가 왔습니다.”내가 어깨를 치며 말했다. “이젠 속 시원하겠네, 짐 다 털어냈으니! 하루에 얼마씩이었어요?” “10만원입니다.” “그동안 사람 값 많이 올랐네! 하루 10만원씩이나 쳐주니. 먹고 입고 자고, 하루 10만원씩이면 많이 벌었네요.” 우린 함..

신문 스크랩 2025.03.16

냄새의 정치 철학

사람에겐 모두 체취가 있다.노인은 노인만의 체취가 있고 환자들도 질병에 따라 냄새가 다르다.난 어렸을 때 젊은 여성들에게서 향기가 나는 이유가 궁금했다.향수와 화장품 덕분인 걸 나중에야 알았으니 참 늦된 아이였다. 선천적으로 향기가 나는 여성이 있다는 한 중문학자의 말을 난 믿지 않는다.왕조시대 귀족 여성들은 향낭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물과 접촉하는 일을 만병의 원인으로 여긴 중세 유럽에선 강한 향수로체취를 가렸다. 향수 산업의 기원이다. 씻지 않는 사람에게선 당연히 냄새가 난다.1980년대 초 미국 유학 시절 대학원 조교실을 공유한 한 중국 명문대 출신학생이 기억에 선명하다. 떡진 머리에 체취가 심했다.덩샤오핑이 개시한 경제개발의 온기가 서민 생활엔 아직 미치지 못했을당대 중국 현실의 반영이었을 것이다..

신문 스크랩 2025.03.12

얼굴이라는 이력서

에이브러햄 링컨이 미국 대통령이 됐을 때 친한 친구가 주변 사람 한 명을 천거했다.새 내각에 적임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런데 그를 만나본 링컨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그 일로 서운했던 친구가 나중에 왜 그 사람을 발탁하지 않았는지 링컨에게 물었다.둘이 나눈 대화다.“그 사람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네.”(링컨) “이보게, 얼굴이 어디 그 사람 탓인가?부모가 준 대로 타고나는 것인데 그런 이유로 유능한 사람을 쓰지 않는다니말이 되는가?”(친구)“어릴 때는 부모가 준 얼굴로 세상과 마주할 수밖에 없지.하지만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네!”(링컨)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진짜 나를 찾아라’(샘터)에 나오는 얘기다.마흔이 넘었다는 것은 어른이 됐다는 뜻이다.법정 스님은 저 이야기를 전하..

신문 스크랩 2025.03.11

트럼프가 젤렌스키 싫어하는 이유는 질투심 때문일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증오에 찬 반감(viciousanimosity)을 보이고 있다. “선거도 치르지 않은 독재자” “지지율(approval rating) 4% 코미디언” 등막말과 악담을 퍼붓는다(hurl harsh words and curses).왜 그러는 걸까. 영국 역사학자 패트릭 비숍이 언론에 기고한 내용을 간추려봤다.“이전의 적은 끌어안고(hug erstwhile enemies) 친구는 욕보이는(humiliate hisfriends)트럼프의 행태가 현실·도덕성·상식을 뒤집고 있다(overturn reality, morality,and common sense).광기로 보일 정도다. 그의 충격적 언행에는 심리적 요인(psychological factor)도 결정적 역할..

신문 스크랩 2025.02.26

치매 막는 노화 방지 주사 나올까

노화 현상(aging phenomenon)은 나이가 들면서 면역 체계(immune system)가 틀어져(go awry) 체내에 염증이 축적되고, 이른바 ‘좀비 세포(zombie cell)’가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노화 세포(senescent cell)’라고도 불리는 이 세포들은 기능을 잃은(cease to function) 후에도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채 체내 조직에 들러붙어 자가면역 질환(autoimmune disease)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cause sideeffects).특히 뇌는 ‘면역 노화’에 큰 영향을 받는(be affected by the ‘immune aging’)부위여서 치매 증상으로 이어지는 손상에 취약해지게 된다(get vulnerable todamage).그런데 이런 노..

신문 스크랩 2025.02.18

산분장(散粉葬)

1997년 세상을 떠난 덩샤오핑은 “각막은 기증하고 시신은 해부용으로쓴 다음 화장해 바다에 뿌려 달라”고 유언했다.그의 유골은 홍콩 앞바다와 중국과 대만 사이의 바다에 뿌려졌다.그는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이 같은유언을 남겼다.그는 사후에 자신의 기념관을 세우지 말고 동상도 만들지 말라고 당부했다.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치고는 소박하게 삶을 마무리했다.  ▶상당수 국가에서는 화장한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바다장이 보편적인장례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중국은 묘지 값이 비싸 ‘돈 없으면 죽지도 못할 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중국 당국은 대안으로 바다장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상하이시는 1991년, 홍콩은 2007년부터 바다장을 도입했다.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도 해안에서 ..

신문 스크랩 2025.01.17

"신의 한 수 같은 인생은 없다"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신의 한 수(divine stroke of the hand of God) 같은 인생은 없다’라는 제목. 알고 보니 몇 년 전부터 지인들 사이의 덕담(well-wishing among acquaintances)으로 오가던 글이다. 미처 못 본 분들을 위해 전한다. 출처는 확인하지 못했다. “모기는 피를 빨(suck blood) 때 잡히고, 물고기는 미끼를 물(bite the bait) 때 잡힌다. 인생도 그렇다. 남의 소유를 탐할(covet others' belongings) 때 위험해진다. 몸의 근육은 운동으로 키우고, 마음의 근육은 관심으로 키운다. 체온(body temperature)이 떨어지면 몸이 병들(get sick)듯, 냉소 가득한 마음(mind full of cyn..

신문 스크랩 2025.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