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스크랩 289

산분장(散粉葬)

1997년 세상을 떠난 덩샤오핑은 “각막은 기증하고 시신은 해부용으로쓴 다음 화장해 바다에 뿌려 달라”고 유언했다.그의 유골은 홍콩 앞바다와 중국과 대만 사이의 바다에 뿌려졌다.그는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이 같은유언을 남겼다.그는 사후에 자신의 기념관을 세우지 말고 동상도 만들지 말라고 당부했다.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치고는 소박하게 삶을 마무리했다.  ▶상당수 국가에서는 화장한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바다장이 보편적인장례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중국은 묘지 값이 비싸 ‘돈 없으면 죽지도 못할 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중국 당국은 대안으로 바다장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상하이시는 1991년, 홍콩은 2007년부터 바다장을 도입했다.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도 해안에서 ..

신문 스크랩 2025.01.17

"신의 한 수 같은 인생은 없다"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신의 한 수(divine stroke of the hand of God) 같은 인생은 없다’라는 제목. 알고 보니 몇 년 전부터 지인들 사이의 덕담(well-wishing among acquaintances)으로 오가던 글이다. 미처 못 본 분들을 위해 전한다. 출처는 확인하지 못했다. “모기는 피를 빨(suck blood) 때 잡히고, 물고기는 미끼를 물(bite the bait) 때 잡힌다. 인생도 그렇다. 남의 소유를 탐할(covet others' belongings) 때 위험해진다. 몸의 근육은 운동으로 키우고, 마음의 근육은 관심으로 키운다. 체온(body temperature)이 떨어지면 몸이 병들(get sick)듯, 냉소 가득한 마음(mind full of cyn..

신문 스크랩 2025.01.16

누가 죽음을 입에 올리는가

‘논어(論語)’ 안연(顏淵)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노나라 실력자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물었다.“만약에 무도한 자를 죽여 백성들을 도리가 있는 데로 나아가게 한다면 어떻습니까?” 공자가 대답해 말했다.“대부께서는 정치를 하면서 어찌 죽임을 쓰십니까? 대부께서 선하고자 하면 백성들은 선해질 것입니다. 군자의 다움은 바람이요 소인의 다움은 풀이어서 풀 위에 바람이 불면 반드시 (그 방향으로) 쓰러집니다.” 이를 풍동(風動)이라 하는데 윗사람이 어느 쪽으로 지향하느냐에 따라 백성들은 그쪽으로 따라가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관이화(觀而化)라고도 하는데 백성들은 윗사람이 하는 언행을 지켜보고서 그쪽으로 바뀌어 간다는 말이다. 나라 상황이 말 그대로 풍전등화(風前燈火)이다. 나라가 둘로 쪼개진 것이야 그렇다 ..

신문 스크랩 2025.01.13

무리(無理)의 시대

'리(理)’는 본래 ‘옥돌[璞]을 갈아 옥을 만들다’라는 뜻의 문자다. 원석을 다듬어 보석을 만들듯 사물을 관찰(해석)하고 가공하는 인간의 행위에 착안하여 고도의 정신 작용 또는 거기서 도출되는 질서, 법칙 등의 의미가 파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理는 ‘기(氣)’와 함께 성리학의 중심 개념이지만, ㄱ자 당대에는 理에 그러한 뜻이 없었다. 공자의 어록인 ‘논어(論語)’에서 理를 찾아볼 수 없는 까닭이다. 유가에서 理가 인간의 본성과 자연의 이치를 설명하는 철학적·추상적 개념으로 본격 등장한 것은 순자(荀子)에 이르러서이다. 순자는 자연의 순리, 인간의 행위로 마땅하거나 옳은 것 등을 理로 개념화하면서 理에 입각한 정치·도덕론을 설파하였다. 만물에 작용하는 불변의 이치를 ‘진리’라고 하거나, 인간관계의 마땅..

신문 스크랩 2025.01.12

간언(諫言)의 도리를 잊은 사람들

한나라 때 유학자 유향(劉向)은 ‘논어(論語)’를 풀어낸 책 ‘설원(說苑)’에서 윗사람에게 간언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정간(正諫)이다. 바른 도리를 들어 가면서 하는 간언이다. 그러나 자칫 윗사람의 심기를 건드려 자기 몸이 위험해질 수 있다. 둘째, 강간(降諫)이다. 최대한 자기를 낮춰 겸손한 말로 하는 간언이다. 그런데 너무 에둘러서 하다 보면 정작 윗사람이 그 말을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다. 셋째, 충간(忠諫)이다. 임금의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충직하고 간절하게 하는 간언이다. 충신(忠臣)이라야 가능하고 종종 어리석은 임금도 이런 충간에는 감동하곤 한다. 넷째, 당간(戇諫)이다. 맥락도 살피지 않고 그저 고지식하게 하는 간언이다. 임금도 바꾸지 못하고 자기 몸만 위태로워..

신문 스크랩 2025.01.05

방 두 칸짜리 집에서 세상 떠난 전직 대통령

며칠 전 100세 나이로 타계한(pass away)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가장 겸허했던 대통령으로 불린다(be dubbed the most humble president).퇴임 후에도 돈 벌 기회가 숱했지만(have numerous opportunities to makemoney) 모두 사절하고 방 두 칸짜리 집에서 검소하게 살다가(live a frugal life)세상을 떠났다. 집 시세는 22만3000달러, 환율(exchange rate) 1470원대를 적용해도 불과 3억원 남짓. 그마저도 국립공원관리청에 기부하고 갔다.후임자들과 같은 욕심을 피했다(eschew the greed of his successors).사업가 친구들의 전용기(private plane)를 마다하고 여객기 이코노미석을타..

신문 스크랩 2025.01.04

뱀,생태계의 수호자

뱀은 혐오와 숭배, 양극단 이미지를 한 몸에 지닌 특이한 동물이다. 온기 없고 징그러운 외모, 한입에 통째로 먹이를 삼키는 엽기적 사냥 방식, 거기에 맹독까지 있으니 사랑받을 구석을 찾을 수 없다. 구약 창세기에선 이브를 유혹하는 사탄이고 그리스 신화의 괴물 메두사는 머리카락이 뱀이다. ▶어릴 적 시골 외가에 갔다가 뱀의 이미지를 깨는 일이 있었다. 1970년대 초만 해도 시골엔 뱀이 많았다. 외할머니는 뱀을 보고 놀란 손자에게 “내가 어렸을 땐 서까래 아래 앉아 있으면 뱀이 머리 위로 떨어질 만큼 많았다”며 “뱀은 재산을 지켜주는 영물이어서 내쫓으면 가세가 기운다”고 하셨다. 농경 사회에서 뱀은 곡식을 축내는 쥐를 잡아먹는 익수(益獸)여서 가뜩이나 쌀이 귀한 농가에 고마운 존재라고도 했다. 이런 믿음이..

신문 스크랩 2025.01.02

가미카제 창시자의 최후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무모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널리 알려진 것이‘신풍(神風) 특별공격대’의 존재다.흔히 ‘가미카제’로 불리는 이 자살 공격이 무모한 것은, 그 비인도성을 차치하더라도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러한 작전으로 얻을 수 있는 전과(戰果)가 그로 인해치러야 하는 비용보다 클 수가 없음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최고급 전력인 전투기 조종사를 자살 공격에 투입할수록 일본군의 전력은 그만큼회복 불능의 손실을 입는 ‘필패의 우책(愚策)’인 셈이다.특공 작전을 입안한 오니시 다키지로(大西瀧治郎) 해군 중장은 포츠담 선언 수락에반대하며 결사 항전을 주장한 대표적 주전파의 한 사람이다.특공 작전이 비록 실질적인 타격이 제한적일지라도 적의 전쟁 의지를 꺾어 일본과의강화(講和)를 유도하는 심리적 효과를 노릴 수 있..

신문 스크랩 2024.12.16

흥망성쇠를 비추는 거울

중국인에게 인기 높은 당(唐)나라 태종 이세민(李世民)은 많은 일화를 남긴군주다. 특히 혹독한 간언으로 유명했던 신하 위징(魏徵)과 얽힌 스토리가항상 사람들 입에 오른다. 그는 잔소리가 심했던 위징이 죽자 몹시 슬퍼했다. 이세민은 위징을 사람 거울, 즉 인경(人鏡)으로 비유했다.사람이면서[人] 자신의 모자람을 비추는 거울[鏡]이란 뜻이다.제 모습을 살피게 하는 구리거울 동경(銅鏡), 과거 사례로 시시비비를 가리는고경(古鏡)도 언급했다.그는 구리거울 동경으로 자신의 의관(衣冠)을 살펴 행동거지의 잘잘못을 따졌고,옛 거울인 고경으로는 흥망성쇠(興亡盛衰)의 고비를 판단했으며,사람 거울인 인경으로는 이해(利害)와 득실(得失)을 살필 수 있었다고 했다.그래서 장구한 왕조 역사를 지닌 중국에서는 이 거울 이야기가 ..

신문 스크랩 2024.12.15

33년 근무한 초등학교 '만능 교직원'이 받은 보답

일러스트=최정진 클로딘 윌슨(64)씨는 1992년부터 미국 미주리주 스웨드보그 초등학교에서 일해왔다. 그녀의 공식 직함(official title)은 관리인(custodian)이지만, 학교가 작다 보니 온갖 일을 도맡아 했다(take on all sorts of tasks).때로는 사환(errand runner), 경비원(janitor), 스쿨버스 운전기사, 잔디 깎는 일꾼(lawn mower), 배관공(plumber), 청소원(cleaner), 급식 담당자(lunch lady),전화 교환원(telephone operator), 전기 기술자(electrician)로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마다하는(refuse to do) 일 없었고, 못 하는 일도 없었다. 메꿔줘야 하는 역할이면 뭐든지 했다(play ..

신문 스크랩 2024.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