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킷 리스트’ 하면 나는 죽음을 먼저 떠올렸다.이 말을 유행시킨 영화의 주인공이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노인 둘이었기 때문이다.그들의 버킷 리스트에는 언젠가 해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미래 시제의 소망이가득하다. 번지점프나 패러글라이딩 같은 것도 있지만 가장 많은 건 타지마할,피라미드 같은 여행 목록들이다.그런데 곽세라의 책 ‘나의 소원은, 나였다’를 읽다가 “정말 마지막 순간이 오면,마음은 가보지 못한 길을 가려 들지 않는다.대신 추억 속 그 길을 다시 걷고 싶어 하고 내가 알던 이들을 한 번 더 보고파한다”라는 문장을 읽었다.지름 21센티미터의 암을 선고받은 저자가 벼랑 끝에서 떠올린 건 버킷 리스트가아니라 앙코르 리스트였다.죽음이 비통했던 이유는 ‘잃어버릴 미래’ 때문이 아니라 ‘사라져 갈 과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