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글 144

내 인생의 봄날은 오늘

요양원에서적막 속에 흐르는 숨소리로생존을 알리고 있다.누구보다 가족을 위해성실하게 산 삶이지만사연 없는 사람처럼 표정 없이 누웠다. 먼 곳에서 자식들 찾아오면보고팠던 마음 표현하지 못하고"어서 가야 하는데폐 끼쳐 미안하다"며 야윈 손으로 꽉 잡고 놓지 못한다. 옆 병상 할머니도그 모습 지켜보며연신 눈물을 훔친다. 밥심으로 산다며한 그릇씩 드시던 식성은기저귀 자주 갈아 요양사에 미안하다며죽 몇 숟갈 뜨고 만다. 시끄러운 세상과 단절된 그곳팔십평생 얼마나 사연이 많을까하고픈 말도 넘칠 첸데 손을 놓고 돌아서는 무거운 발걸음에초점 잃은 눈빛 하나 박히고가슴 가득 서러움이 밀려온다

책속의 글 2024.11.04

때로는 우회로가 지름길이다

이 글은 시인 류시화님의 책 "새는 날아 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중에서옮긴 글입니다.  .......때로는 우회로가 지름길이다.삶이 우리를 우회로로 데려가고, 그 우회로가 뜻밖의 선물과 예상하지 못한 만남을 안겨 준다.먼 길을 돌아 '곧바로' 목적지로 가는 것,그것이 여행의 신비이고 삶의 이야기이다. 방황하지 않고 직선으로 가는 길은 과정의 즐거움과 이야기를 놓친다.많은 길을 돌고 때로는 불필요하게 우회하지만,그 길이야말로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 수 있다. 헤매는 것 같아 보여도 목적지에 도달해서 보면그 길이 지름길이자 유알한 길이다.길들이 자세히 표시된 지도를 가끔은 접어야 하는 이유가그것이다.길을 잘못 접어들어 들르게 된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는 것은자주 있는 일이다  잘못 탄 기차가..

책속의 글 2024.07.26

누군가의 마지막을 미소 짓게

이글은 류시화님의 책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중에옮겨 온 글입니다.  어느 명상 잡지에서 뉴욕 택시 운전사의 경험담을 읽은 적이 있다.밤중에 전화를 받고 승객을 태우려 갔는데 어두운 슬럼가에다 인적조차 없었다.그런 상황이면 다들 느냥 차를 돌리지만 그 운전사는 왠지 알 수 없는 느낌이들어 경적을 울린 후 차에서 내려 건물로 다가갔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잠깐만 기다려 달라는 연약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한참 뒤 문이 열리고 여든 살이 넘어 보이는 노부인이 작은 짐 가방을 들고 나왔다.고전 영화에서처럼 원피스에 베일이 드리워진 모자를 쓰고 있었다. 운전사의 에스코트를 받아 택시에 올라탄 그녀는 찾아갈 주소를 건네며 시내를 통과해 가지고 부탁했다. 주소지까지는 20분밖에 안 되는 거리인데..

책속의 글 2024.07.21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 이유

어느 스승이 제자들과 함께 강에 목욕하려 갔다.일행이 강으로 걸어 내려갈 때 강둑에 있던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여자가 목욕을 하다가 목걸이를 분실했는데 남자가 심하게 질책을 하자 언성이 높아진 것이다. 스승이 걸음을 멈추고 제자들을 돌아보며 물었다."사람들은 화가 나면 왜 소리를 지르는가?"제자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한 제자가 말했다."평정심을 잃기 때문에 소리를 지르는게 아닐까요?"스승이 되물었다."하지만 상대방이 바로 앞에 있는데 굳이 크게 소리를 질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큰소리로 말해야만 더 잘 알아듣는 것도 아니고,조용히 말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말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은가?"그러면서 스승은 다시 물었다."사람들은 왜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가?" 제자들은 각..

책속의 글 2024.07.16

한 번의 따뜻한 손길

이글은 류시화 시인의 '새는 날가면서 뒤 돌아 보지 않는다' 책에서일부를 옮겨 적은 것입니다. 며칠전 배우 김혜자씨와 하께 차를 마시던 중 그녀가아프리카라이베리아에서 경험한 일을 들려주었다.십 년이 넘는 내전으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고 국민의 절반이 난민으로전락한 그 나라에 김혜자는 의료봉사팀과 함께 도착했다. 그리고 어느 움막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다 쓰러져 가는 흙집 안에 한 흑인 여성이 고통으로 신음하며 누워 있었다.의사가 그녀의 몸을 눌러보니, 누르는 자리마다 역겨운 고름이 흘러나왔다."사람이 어떻게 이 지경이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만큼 숨을 쉬고있는 것이 기적으로 여겨졌다.의사와 김혜자는 몇 시간에 걸쳐 소독약으로 그녀의 몸을 닦고 고름을제거해 주었다. 다 마쳤을 때 삼십 대 중반의 ..

책속의 글 2024.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