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스크랩 240

건전하면 무능하다? 착함을 조롱하는 사회

건전한 시민의 덕성이 무능과 동일시되는 시대“너나 깨끗해라” 조롱과 막말·범법이 능력인 사회   얼마 전 ‘착한 어린이’ 온라인 영상이 화제였다. 일고여덟 살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서있다가 얼른 뛰어 길을 건넌다. 맞은편으로 건너간 아이는 뒤로 돌더니 배에 두 손을 올리고 90도 가까이 허리 굽혀 인사한다. 차를 세워 길을 건너게 해준 운전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다. “누구 집 아이인지 잘 컸다” 같은 댓글이 달렸다 그런데 아이는 서른 되고 마흔 되고 쉰 살 되어서도 ‘착한 심성’을 지킬 수 있을까. 최근 식사를 함께 한 정부 관료 A는 부하 직원 얘기를 하다가 “나는 착한 게 싫다”고 했다. 일 못하는 직원이 주로 착하다고 했다. 착함과 능력은 카테고리(범주)가 다른데도 ..

신문 스크랩 2024.05.06

'치매 예방' 젓가락질

젓가락의 기원은 3000여 년 전 중국 은(殷)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은의 마지막 왕 주(紂)는 상아로 만든 젓가락을 썼다.‘상아 젓가락과 옥그릇을 쓰는 사치’라는 뜻의 사자성어 상저옥배(象箸玉杯)가여기서 비롯됐다.백제 무령왕릉에서 젓가락이 출토된 걸로 볼 때 한반도에서도 지배층의 물건이었다. ▶오늘날엔 사치스러운 식기란 의미는 없고능숙하게 쓰기엔 까다로운 도구라는 인식이 크다.일본과 중국은 나무 젓가락을 쓰지만 한국에선 1970년대부터나무 젓가락보다 미끄러워 불편해도 내구성 좋은 금속 젓가락을 쓴다.한국인의 금속 젓가락 다루는 솜씨는 젓가락으로 생선 가시를 발라낼 줄 아는일본인들 눈에도 경이롭다.작은 콩자반, 물컹한 두부는 물론이고, 미끄러운 메추리알과 해삼까지집지 못하는 게 없다.젓가락으로 김치를 ..

신문 스크랩 2024.05.03

조심해서 다녀야 할 중국 길

가는 길엔 따사로운 햇빛만 내리지 않는다. 비바람이 닥치기 십상이고 온갖 변수가 등장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넓고 편한 길에 오르고자 한다. 작은 길보다는 큰 길, 구불구불한 길보다는 곧은 길이 훨씬 안전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길을 향한 그런 욕망은 한자 세계에서 제법 뚜렷하다. 우선 탄로(坦路)다. 탄탄대로(坦坦大路)의 준말이다. 아울러 평탄(平坦), 순탄(順坦)이라는 말이 나왔다. 사통팔달(四通八達)이라는 길 위의 연상은 ‘통달(通達)’이라는 철학적 사유와도 이어진다. 평안한 세월을 가리키는 성어 강구연월(康衢煙月)의 ‘강구’는 크고 넓은 길의 통칭이다. 강장(康莊)도 그렇다. 서쪽 옛 변경의 관문이었던 양관(陽關)으로 향하는 길, 양관대도(陽關大道)는 중국에서 곧고 넓은 길의 대명사다. 그 반대말도 ..

신문 스크랩 2024.05.03

공중화장실 좌변기, 세균 위험 있다? 없다?

앉을 것인가, 말 것인가(to sit or not to sit).공중화장실 좌변기(public toilet seat)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역겹게(be repulsive to pretty much everyone) 느껴진다. 온갖 사람(all kinds of people) 거쳐 갔으니 별의별 세균 득실대리라는(swarm with all sorts of germs) 혐오 때문이다.그래서 어떤 사람은 좌변기에 앉지 않고 그 위에 엉덩이를 든(hover their buttocks over it) 채 엉거주춤 구부리고 용변을 보거나(answer the call of nature), 아예 좌변기 위에 올라가 쪼그리고 앉아(squat down)볼일을 보기도(do their business) 한다.그런데 전문가들은 ..

신문 스크랩 2024.05.02

억지로라도 산책을 해야 하는 이유

외로움이 깊어지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쌓이고 있다.만성 외로움은 비만이나 흡연만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우울증과 심혈관 질환 및 치매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그러면 지구인이 현재 겪고 있는 외로움은 어느 정도일까. 대표적인 글로벌소셜미디어 회사가 학술 그룹과 공동으로 142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조사에 따르면, 4명 중 1명이 상당한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그런데 나이가 들면 더 외로울 듯싶은데 젊은 성인(19~29세)도 외로움이 컸다.모두가 외로운 상황이다. 외로움은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식욕처럼 우리 생존에 중요한 느낌이다.몸의 에너지가 빠져나가도 배고프지 않으면 식이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어렵다.과도한 식욕이 다이어트에는 적이지만..

신문 스크랩 2024.04.24

밀가루 두 포대의 기적, 대전 성심당

한국전쟁 때 흥남 철수선을 타고 탈출한 실향민 임길순씨가 진해에서 서울로 가려다 열차에 문제가 생겨 대전에서 내렸다. 생계가 막막하던 그에게 대전 대흥동 성당이 구호물자였던 밀가루 두 포대를 내줬다. 임씨는 가족 끼니를 해결하고 남은 밀가루로 찐빵을 만들어 대전역 앞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나무 간판에 ‘성스러운 마음’이란 성심(聖心)을 새겨 넣었다. 대전의 명물 빵집, 성심당의 시작이었다. ▶북한을 탈출할 때, 임씨는 ‘이번에 살아남으면 남은 인생은 남에게 베풀기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임씨는 하루에 만든 빵 중 100개는 이웃에게 나눠줬다. 당일 만든 빵 중 안 팔린 빵은 모두 가난한 이웃에게 나눠주는 성심당의 전통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지난해 성심당이 지역사회에 베푼 나눔 빵은 10억원어치가 넘는..

신문 스크랩 2024.04.23

환자는 병원 말고 집으로 가야 했다, 그가 옳았다

죽음이 정해진 사내가 왔다. 전신이 퉁퉁 부은 그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소생실에 누웠다. 그의 외양은 기록과 일치했다. 1년 전 췌장암 3기 진단을 받았으나 치료를 거부하고 귀가했다고만 되어 있었다. 그다음 기록이 지금 응급실 방문이었다. 40대밖에 되지 않았는데 모든 치료를 거부하는 드문 경우였다. 그는 내 말에 간신히 대답할 정도로 쇠약했다. “다른 병원에도 안 가본 거지요?” “전혀 안 다녔습니다.” “그때부터 치료를 받았으면 이 정도까지는 안 되었을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치료받기 무서웠습니다. 이번에도 병원에 안 오고 싶었지만 숨이 가쁘고 움직일 수가 없어서 왔습니다.” 심전도가 금방이라도 멈출 것처럼 파형을 잃고 뒤흔들렸다. 수치는 참혹했다. 병을 일부러 마지막까지 키운 것처럼 보였다...

신문 스크랩 2024.04.19

내비게이션만 보는 운전,기억상실증.치매위험

위성항법(satellite navigation)으로 길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은 인류 최고 발명품(mankind’s greatest invention)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이 기술(life-enhancing technology)이 역설적으로 기억력 손실에 따른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기도 한다(cause a decline in the quality of life). 내비게이션은 운전자 두뇌를 비활성화해서 학습·기억 능력을 감퇴시켜 (deteriorate the ability to learn and recall) 이른바 디지털 치매를 유발할 (lead to the so-called digital dementia) 수도 있다. 지도와 도로 표지판을 보며 길을 찾아가다가 순간적 결정을..

신문 스크랩 2024.04.15

기다리던 순간은 언제나 빨리 지나간다

사람 그리워 등불 켜는 무렵에 벚꽃이 지네 人恋[ひとこひ]し灯[ひ]ともしころをさくらちる 일본은 벚꽃 철에 입학식을 한다. 우리와 다르게 4월에 학기가 시작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광경은 길을 걷다 우연히 본 도쿄의 어느 초등학교 입학식. 자기 키 반만 한 란도셀(일본 초등학생 책가방)을 멘 아이가 학교 앞 벚나무 아래에서 엄마 손을 잡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때마침 부드럽게 불어온 바람에 하얗게 반짝이는 꽃잎들이 팔랑팔랑 휘날리며 ‘OO초등학교 입학식’이라는 입간판 옆에 선 아이와 엄마를 축복하듯 춤을 추었다. 길 건너에서 제삼자가 본 광경인데도 인화한 사진이 눈에 선할 정도로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저 아이는 이 순간을 평생토록 기억하겠구나. 일본인에게 왜 그토록 벚꽃이 애틋한지 알 듯도 ..

신문 스크랩 2024.04.13

잘난 체하는 당신들 한국 사람들 때문이잖아

‘과시하기 경쟁(race to flex): 한국에선 부유함을 뽐내는(show off wealth) 게 왜 미덕일까.’ 필리핀 매체 ‘인콰이어러’가 “체면이 전부인 한국에선 부자라고 뻐기거나(brag about being rich) 부자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게 악덕(vice)이 아니라 미덕(virtue)인 듯하다”며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이미 가졌으면 으스대고(flaunt), 아니면 가질 때까지 가짜로 꾸민다(fake it)”고 시작한 내용은 대략 이렇다. “길거리 어디에서나 명품 가방을 볼 수 있다. 명품에 대한 강박(obsession with designer labels)이 워낙 만연해(be widespread) 어린 아이들까지 입고 신고 학교에 간다. 엄마들은 학부모 회의에도 온갖 명품으로 치장하..

신문 스크랩 2024.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