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곳에서 높이가 다른 지점으로 걸음을 옮기는 데에는 계단이 놓인다. 대개는 한 발짝씩 디뎌 오르거나 내린다. 따라서 한 걸음으로 하나의 ‘맺음’을 이룬다. 그런 의미 맥락에서 생겨난 한자가 ‘제(除)’다. 글자는 본래 궁중의 계단을 가리켰다. 그러다가 각 단(段)을 한 걸음씩 바꿔 딛는 계단 위 동작으로 인해 나중에 ‘바뀜’의 의미를 얻었다. 아울러 이전 것을 뒤로하고 새것을 디딘다고 해서 ‘없애다’는 새김도 획득했다고 본다 이 흐름에서 우리가 자주 쓰는 단어가 제야(除夜)다. 한 해 마지막 밤을 일컫는 말이다. 가는 해와 오는 해의 교차점이 걸음 바뀌는 계단처럼 여겨져 나온 말이다. 중국에서는 보통 제석(除夕)이라고 잘 적는다. 제월(除月)이라고 하면 가는 해의 마지막 달, 즉 음력 12월을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