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스크랩 289

나를 일깨우는 연꽃 향기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 사랑이 대세인 시절에도 송나라 주돈이(周敦頤·1017~1073)는 연꽃을 사랑하노라고 공공연히 외쳤다. 좋아하는 이유까지 열거했다. 진흙 펄에서 나왔지만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기 때문에[出於泥而不染] 좋아했고 맑은 물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아[濯淸漣而不妖] 좋아했다. 멀리 있을수록 향기가 더 진한지라[香遠益淸)] 좋아했고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는 있지만[可遠觀而]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는[不可褻翫焉]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 때문에 좋아했다. 군자 같은 꽃[蓮花之君子也]인지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줄거리로 ‘애련설(愛蓮說)’이라는 불후의 작품까지 남겼다.

신문 스크랩 2021.07.17

살을 빼려는데 찌게 만드는 잘못된 상식들

속절없이 살이 찐다(gain weight). 체중을 줄이거나 유지하는 데(lose or maintain weight)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낡고 뒤떨어진 정보(outdated information)를 맹신하는 탓이기도 하다. 한때 널리 받아들여졌던 근거 없는 믿음(myth once widely accepted) 중 상당수는 오늘날 영양 전문가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be shunned by nutrition expert). 이롭기는커녕 도리어 해로운 것도 있다. ‘음식: 도대체 뭘 먹어야 하는 거야(Food: What the Heck Should I Eat?)’의 저자인 미국 의학서적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하이먼 박사는 허구와 사실을 구분해야 한다고(separate fact from fiction) 말한다..

신문 스크랩 2021.07.15

일각장단 (一脚長短)

말에도 품격이 있다. 표현에 따라 같은 말도 달리 들린다. 한 젊은이가 어떤 사람이 다리 하나가 짧다고 말하자, 홍석주(洪奭周)가 나무랐다. “어째서 다리 하나가 더 길다고 말하지 않느냐? 길다고 말하면 짧은 것이 절로 드러나니 실은 같은 말이다. 말을 할 때 긴 것을 들고 짧은 것은 말하지 않으니 이것이 이른바 입의 덕[口德]이다. 남을 살피거나 일을 논의할 때는 진실로 길고 짧음을 잘 구분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때 자기의 장점을 자랑하고 남의 단점을 드러낸다면 군자의 충후한 도리가 아니다.” ‘학강산필(鶴岡散筆)’에 나온다. 박지원이 ‘사소전(士小典)’에서 말했다. “귀가 먹어 들리지 않는 사람은 ‘귀머거리’라 하지 않고 ‘소곤대기를 즐기지 않는다’고 하고, 실명한 사람은 ‘장님’이라 부..

신문 스크랩 2021.07.08

어느 날 시각장애 노인 거지에게 일어난 일

‘말의 힘(The Power of Words)’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고(win the sympathy) 있다. 동영상은 홀로 길거리에 앉아(sit alone on a street) 잔돈을 구걸하는(beg for spare change) 나이 많은 시각장애 거지(old blind beggar)를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노인은 동냥 깡통 옆에 골판지 하나를 세워놓았다. 거기에는 “저는 시각장애인입니다(I’m blind). 제발 도와주세요(Please help)”라고 적혀 있다. 많은 사람이 그 앞을 오가지만, 대부분 힐끔 쳐다보고는(give a sideways glance at it) 그냥 지나쳐버린다(walk past him). 어쩌다 간혹 한두 사람이 그가 있는 쪽을 향해..

신문 스크랩 2021.07.08

사청사우 (乍晴乍雨)/정민의 세설신어

세상일이 참 뜻 같지 않다. 그때마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기는 피곤하고, 무심한 체 넘기자니 가슴에 남는 것이 있다. 김시습(金時習, 1435~1493)이 ‘잠깐 갰다 금세 비 오고(乍晴乍雨)’에서 노래한다. 乍晴還雨雨還晴, 天道猶然況世情. 譽我便應還毁我, 逃名却自爲求名. 花開花謝春何管, 雲去雲來山不爭. 寄語世人須記認, 取歡無處得平生 잠깐 갰다 비가 오고 비 오다간 다시 개니, 하늘 도리 이러한데 세상의 인정이랴. 칭찬하다 어느새 도로 나를 비방하고, 이름을 피한다며 외려 명예 구한다네. 꽃이 피고 지는 것이 봄과 무슨 상관이며, 구름 가고 오는 것을 산은 아니 다툰다네. 세상 모든 사람들아 모름지기 기억하라, 평생을 얻는대도 즐거움은 없다는 걸 세상 인심을 가늠하기 어렵기가 종잡을 수 없는 날씨보다 더..

신문 스크랩 2021.06.17

求容과 苟容의 차이

구용(求容)이나 구용(苟容) 모두 이미 중국 춘추시대 때부터 쓰인 단어다. 그런데 둘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이때의 용(容)은 윗사람에게 받아들여진다는 뜻에서 용납(容納)을 뜻한다. 그러니 구용(求容)은 용납받고 싶어하는 것을 말한다. 이거야 조직 사회에 속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인지상정(人之常情)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구용(苟容)은 구차스럽게 용납받으려 하는 것이다. 구차스럽다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으로 용납받으려 한다는 말이다. 공자는 구차스러움을 그래서 짧게 비례(非禮), 즉 예가 아니라고 했다. 이때의 예란 예법이 아니라 일의 이치, 즉 사리(事理)다. 그러니 그나마 구용(求容)은 사리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구용(苟容)은 한참 벗어난 것이다. 아미구용(蛾眉苟容..

신문 스크랩 2021.06.16

불삼숙상 (不三宿桑)정민의 세설신어

이상호 시인의 새 시집 ‘국수로 수국 꽃 피우기’를 읽다가 ‘감나무의 물관을 자르시다’에서 마음이 멈췄다. 가을에 감을 따내신 우리 아버지 감나무에 더는 물이 오르지 않게 밑동에 뱅 둘러 물관을 자르셨다. 더는 감나무에 오르지 못하겠다고 목줄을 끊기로 작정하셨던가 보다. 내 나이보다 더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집을 지키던 감나무에 생긴 톱날 자국에 잘려 나는 아득해졌다. 아들이 내려와 살지 않으리라 내다보신 아버지를 읽고 감나무처럼 숨이 턱 막혔다. 90을 바라보는 아버지가 어느 날 문득 감나무에 더는 오르지 못하겠다고 감나무 밑동에 돌려가며 톱질을 했다. 나무가 더 이상 땅에서 수분을 빨아들이지 못하도록 물관을 잘랐다. 시인은 그 톱 자국에서, 정년을 하고 나면 아들이 혹 내려오겠지 하던 바람을 접은 아..

신문 스크랩 2021.06.11

3평의 땅

친구가 짧은 글을 전해왔다. ‘3평의 땅’이라는 제목이었다. 러시아의 문호(文豪·literary lion)이자 사상가인 레프 톨스토이의 글에 나오는 내용이라는데, 어느 작품 어디에 어떻게 나온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3평(坪)’이라는 지극히 한국적 개념의 땅 넓이를 톨스토이 작품에서 어떻게 정확히 계산해냈는지도(work it out) 모르겠다. 어찌 됐든 그 내용을 토씨까지 그대로 온전히 옮겨보면 이러하다. “어느 농부가 평생토록 주인집에서 머슴살이를 했습니다(work as a farmhand all his life). 어느 날 주인이 독립시켜 주기로 하고 그를 불러 말했습니다. ‘내일 해가 뜨는 순간부터(as soon as the sun rises) 해가 질 때까지(until the sun set..

신문 스크랩 2021.04.22

고혈압환자들이 약 없이 혈압 낮추는 방법5가지

혈압이 높은 게 뭐가 문젤까 싶지만 고혈압은 전신 건강을 망가트리는 주범 중 하나다.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140·90mg 이상이라면 반드시 약물치료가 필요한데, 여기에 살짝 못 미치는 고혈압 전단계도 평소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혈압을 낮추려 노력해야 한다. 미국의 건강매체 ‘메디컬 뉴스 투데이(Medical News Today)’에 게재된 약 없이 혈압 낮추는 방법 15가지를 정리했다. 1. 규칙적으로 걷거나 운동하라 운동은 혈압을 낮추기 위한 가장 간단하면서도 좋은 방법이다. 규칙적인 운동은 심장이 효율적으로 혈액을 공급하도록 해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검증된 보고에 따르면 하루에 30분만 걸어도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며, 운동을 더 많이 할수록 혈압은 더 많이 떨어진다. 2. 나트륨 ..

신문 스크랩 2021.04.17

유성룡 시 ‘애이통제(哀李統制)’

유성룡의 애이통제(哀李統制) 한산도가 어디에 있는가(閑山島在何處·한산도재하처) 큰 바다 가운데 한 점 푸르네(大海之中一點碧·대해지중일점벽) 고금도는 어디에 있는가(古今島在何處·고금도재하처) 아득한 남쪽 바다 한 터럭이 비껴있네(渺渺南溟橫一髮·묘묘남명횡일발) 당시에 백번 싸운 이 장군은(當時百戰李將軍·당시백전이장군) 한 손으로 하늘 가운데의 벽을 붙잡았네(隻手扶將天半壁·척수부장천반벽) 고래를 모두 죽이니 피가 바다에 가득하고(鯨鯢戮盡血殷波·경예육진혈은파) 치솟은 화염이 풍이(바다의 신)의 소굴을 다 태웠네(烈火燒竭馮夷窟·열화소갈풍이굴) 공이 높은데도 참소와 질투를 면하지 못하니(功高不免讒妬構·공고불면참투구) 힘써 싸우기를 꺼리지 않아 몸을 나라에 바쳤네(力戰不憚身循國·역전불탄신순국) ‘풍이(馮夷)’란 동양..

신문 스크랩 2021.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