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87

보리밭

이맘 때 쯤이면 들판에 청보리가 한창 자라고 있을 시기이다. 보리밭을 보고 있노라면 고향에 돌아와 어머니 품에 안긴 것처럼 포근하고 정겹다. 철없이 어릴 때는 보리밭에서 들어누워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잎을 따서 풀피리도 만들어 불며 향긋하고 부드러운 보리를 베고 누워서 놀았던 추억이 생각난다. 그렇지만 보리가 익어 도리깨로 타작을 할 때면 더운 여름이라 땀도 나고 보리 이삭이 몸에 붙어 몹시 따가워 싫었던 기억도 난다. 그렇게 어린시절을 보내고 고향을 떠난 후 친척도 친구도 떠나 뿔뿔이 헤어지고 없으니 이제는 옛날 그 고향은 마음속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해마다 봄 이맘 때 쯤이면 어릴적 그 청보리 밭이 생각이 나서 '보리밭' 노래를 나즈막히 불러보기도 한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사연이 있어 옮겨 본다..

나의 이야기 2021.04.24

親舊의 1周忌에

親舊의 1周忌 오늘이 내 親舊 K君이 이승을 下直하고 떠난 지 꼭 1年이 되는 날이다. 멀리 떨어져 살았기에 자주 만날 수는 없었지만, 電話로, 映像通話로 자주 소식들은 주고받았는데 한동안 소식이 없어 궁금하던 어느 날 電話器 너머로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소리에 畢竟 무슨 일이 나겠구나 하고 있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에 그의 아내가 親舊의 訃音을 알려왔다. 그러나 親舊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코로나 19라는 疫病 탓으로 家族 이외는 訪問 自體가 許諾되지 않는 狀況이었다. 그렇지 않다 해도 擧動이 自由롭지 못한 몸이라 問喪은 할 수 없는 形便이라 한 동안 먹먹한 心情으로 親舊가 떠나는 먼 길에 弔花하나 보내고 마음속으로 般若心經을 나즈막히 暗誦하면서 極樂往生을 빌며 ..

나의 이야기 2021.03.13

蘭香에 취해

거실 한 켠에 있는 대명석곡이 예쁜 꽃을 피웠다. 햇볕을 받으면 香氣를 풍겨 온 거실은 물론이고 집 전체가 아름다운 香氣로 充滿해진다. 몇년 전에 예쁜 꽃이 피어있는 것을 사와 분갈이를 하고 잘 키우고 있던중 어느날 보니 잎에 허연 뜨물같은 것이 생겨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벌레가 이파리에 달라붙어 수액을 빨아 먹어 그렇다는 글을 보고 살충제를 뿌렸더니 새순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죽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 죽지않고 그중 몇개 줄기에서 꽃이 피었다. 꽃잎을 보면 가장자리는 보라색이고 안쪽은 하얀 색인데 활짝 피기전에는 앙징맞은 버선같은 모양이라할까 참 귀엽기도 하다. 나는 오늘도 花盆이 있는 窓가에서 햇볕을 등지고 앉아 蘭의 香氣를 맡으며 新聞을 읽고 있다. 아내와 느긋하게 커피도 한..

나의 이야기 2021.03.11

3月입니다

3월입니다. 옛부터 우수雨水.경칩驚蟄이면 大同江물도 풀린다고 하는 3月입니다. 이제 곧 冬眠하던 개구리가 깨어나오고 갖가지 꽃들도 피어 날 것입니다. 양지바른 언덕에는 梅花도 피고, 벚꽃은 봉오리가 부풀어 월말 쯤에는 꽃을 피울 겁니다. 때마침 봄비도 촉촉히 내려 大地를 적셔주니 새싹들이 봉곳히 솓아 올라 싱그러운 봄을 노래할 것입니다. 지금은 온 세계가 疫病(코로나19)으로 몸도 마음도 움추려들어 어렵지만, 그래도 希望을 품고 봄은 오고 있습니다. 개나리가 피고 진달래, 벚꽃이 滿發하여 온 天地가 華麗江山 꽃잔치가 벌어지고 새들은 짝을 찾아 노래할 겁니다. 싱그러운 봄 가슴을 활짝 열고 이렇게 아름다운 봄의 香氣 大地의 냄새를 맡으려 발품을 팔고 싶습니다. 이 아름다운 봄에 살아있는 모든 것은 幸福하기..

나의 이야기 2021.03.03

봄처녀

https://youtu.be/Q4pqJlBDbYs?list=RDQ4pqJlBDbYs 봄이 오고 있다. 봄을 찾아 나설 것 없이 아파트 周邊에 한 두그루 梅花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봄을 알리고 있다. 봄을 찾아 짚신이 닳토록 해가 저물어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오니 담장밖에 梅花가 핀 걸 보고 봄이 여기있었구나 했다는 옛 선비처럼 굳이 봄 찾아 나설 거 없이 梅花 한두가지 꽃 핀걸 보니 봄은 오고 있나보다. 來年애 또 봄을 볼 수 있으려나 하고 지난 봄에 생각했었는데, 感謝하게도 올 봄을 또 보게 되었다. 봄처녀는 아니건만 아내는 요즘 부쩍 산행을 자주 나간다. 어디 봄이라도 마중을 가려는지........ 아내가 찍어 온 매화 꽃 사진을 보며 나도 봄을 만난다.

나의 이야기 2021.02.23

感謝한 일

나는 아침에 "오늘 하루의 삶을 주셔서 感謝합니다"하고 기도를 드립니다. 우리는 가만히 생각해 보면 感謝해야할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숨을 쉴 수 있고, 말을 하고,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으며,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에 感謝해야 합니다. 이 중 어느 것 하나라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얼마나 不便하며 삶의 質이 떨어지는지 당해 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내가 뜻하지 않게 事故를 당해 下半身이 痲痺 되어 서지 못하고 걷지 못하게 되니 말 할 수 없이 不便하고 힘들게 日常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病院에 가거나 바깥에 나가야 할 때에는 휠체어를 타야하는데, 到處에 障害物이 많아 바깥出入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나는 나이가 많아서 社會活動이 많지 않으니 그나마 별 문제가 없지만, 같은 處地에 있는 젊은이들을 보면 ..

나의 이야기 2021.02.21

小小한 幸福

小小하지만 所重한 幸福 아침에 일어나면 居室 한 켠에 있는 작은 FM라디오에서 클래식 音樂이 잔잔하게 흐르고, 아침부터 三食이(?)를 위한 아내의 도마질 소리가 정겹다. 居室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東녘에는 黎明이 밝아오고 이윽고 붉은 해가 떠오르는 壯觀을 보는 小小한 日常 이보다 더 한 幸福이 있을까 싶다. 내가 죽는 날까지 이런 小小한 幸福을 느끼며 이곳에서 매일매일 平和로운 아침을 맞고싶다.

나의 이야기 2021.02.14

때로는 우회로가 바른길이다.

사람들은 지나고 나서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하고 후회를 많이 하게 되는데,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지 모른다. 삶은 언제나 매 순간 모든 일을 결정 하도록 강요한다. 그러나 순간의 결정이 언제나 잘 된 결정일 수 만은 없다. 실수나 잘못한 결정으로 삶의 목적을 잃고 잠시 혼돈에 빠질지라도 인생에는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므로 반드시 또다른 아니면 더 좋은 길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또 다른 그 길을 찾아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최선의 길이다. 많은 길을 돌고 때로는 불필요하게 우회도 하게 되지만,어쩌면 그 길이야말로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 수 있다. 헤매는 것 같아 보여도 목적지에 도달해서 보면..

나의 이야기 2020.10.10

코스모스가 피면

가을이다. 코스모스가 가냘픈 여인처럼 한들한들 바람에 흔들리면 나는 아련한 추억에 잠겨 눈을 감는다. 가슴아린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추억 한 아름을 남겨두고 떠나버린 그 여인이 이 가을 또 먼 그리움 한 가득 안겨준다. 코스모스가 피어있던 계절에 우리 둘은 수줍게 만났다. 사랑이 뭔지도 모르던 철없던 시절 만나서 수줍어 말조차 건네지 못했던 우리 둘 그러다 언제인지도 이유도 모른채 어느날 소식이 끊어지고 우리는 그렇게 헤어지고 말았다. 혹시 지금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은 있다. 왜 소식없이 그렇게 헤어지게 되고 말았는지 그런데 아무래도 잘못은 내게 있을 것 같다.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너무 많이 흘러버린 세월에 그 때처럼 예쁘게 곱게 늙어 있겠지 이 가을 코스모스가..

나의 이야기 2020.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