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보리밭

highlake(孤雲) 2021. 4. 24. 14:55

이맘 때 쯤이면 들판에 청보리가 한창 자라고 있을 시기이다.

보리밭을 보고 있노라면 고향에 돌아와 어머니 품에 안긴 것처럼  포근하고 정겹다.

철없이 어릴 때는 보리밭에서 들어누워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잎을 따서 풀피리도

만들어 불며 향긋하고 부드러운 보리를 베고 누워서 놀았던 추억이 생각난다.

그렇지만 보리가 익어 도리깨로 타작을 할 때면 더운 여름이라 땀도 나고 보리 이삭이

몸에 붙어 몹시 따가워 싫었던 기억도 난다.

 

그렇게 어린시절을 보내고 고향을 떠난 후 친척도 친구도 떠나 뿔뿔이 헤어지고 

없으니 이제는 옛날 그 고향은 마음속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해마다 봄 이맘 때 쯤이면 어릴적 그 청보리 밭이 생각이 나서 '보리밭' 노래를 나즈막히

불러보기도 한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사연이 있어 옮겨 본다.

 

6.25 때문에 가곡 "보리밭"이 탄생했다.

6.25 동난 때 이야기이다.

 

황해도가 고향인 박화목 시인과 윤용하 작곡가가 부산에서 피난살이의 고달픈 삶을

이어갈 때 우연히 만나 동향인이라 곧 벗이 되어 자갈치 시장 부근 대폿집에서

자주 만나 술잔을 부딪히며 시름을 달랬다고 한다.

어느날 윤용하(1922~1965) 작곡가가 전쟁의 아픈 상처를 입고 비참한 생활을 하는

서민들의 가슴을 어루만저 위로해 줄 수 있는 노래를 한 곡 만들자고 제안했다.

 

박화목(1924~2005) 시인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를 썼고

이에 곡을 붙여 1953년에 발표한 노래가 "보리밭"이다.

이런 연유로 자갈치 시장이 보리밭 가곡의 산실이 되었다고 지금 자갈치 시장 부근

수변공원에 "보리밭 시비"가 세워져 있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내 자신이 지금 보리밭 길을 걷는 것 같고 바람에 일렁이는

보리밭처럼 가슴이 울렁인다.

 

"보리밭"은 발표 후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70년대 들어 조영남 문정선 등 가수의

노래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음악교과서에도 수록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가 되었다.

 

특히 조수미 소프라노가 이 노래에 남다른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조 소프라노가 28세 때라니까 90년 경 한창 전성기를 맞았을 때의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전해지고 있다.

 

영국에서 가장 큰 음반회사에서 레코드 하나를 내주겠다고 제의가 있었을 때

조수미 씨는 음반에 반드시 "보리밭"을 넣어줄 것과 음반 재킷에 한글로 보리밭이라고

인쇄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음반회사에서는 이 음반이 한국에서 판매할 것도 아니고 뉴욕 파리 빈 등 세계적인

도시에서 한국 가곡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판매 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다가 결국

조수미의 뜻을 받아들여 출반하였다고 하니 그녀의 마음가짐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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