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쉬세요/백창우 쉬고 싶은 만큼 쉬다 가세요 사는 게 힘 들지요. 뭐 좀 해보렬려고 해도 잘 되질 않고 자꾸 마음만 상하지요. 모두 일 다 미뤄두고 여기 와서 좀 쉬세요. 읽고 싶던 책도 맘껏 읽고 듣고 싶던 음악도 맘껏 듣고 어둑해지면 나랑 같이 술이나 한잔 해요 시계도 없고, 달력도 없고 전화도 없고.. 詩 모음 2017.08.31
혼돈(混沌) 快哉渾沌身 不飯復不尿 遭得誰鑽鑿 因玆立九竅 朝朝爲衣食 歲歲愁租調 千箇爭一錢 聚頭亡命叫 - 천태 한산(天台寒山) 아직 사람으로 태어나기 전 혼돈의 몸은 그지 없이 유쾌했고 밥 먹고 오줌누는 번거로움도 없었는데 어쩌다 누구에게 구멍을 뚫렸는가 그래서 사람이 되어 아홉구멍.. 詩 모음 2017.08.28
그리움에 지치거든/오세영 그리움에 지치거든 / 오세영 그리움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 앉아 한 잔의 차를 들자 들끓는 격정은 자고 지금은 평형을 지키는 불의 물 청자 다기에 고인 하늘은 구름 한점 없구나 누가 사랑을 열병이라고 했던가 들뜬 꽃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마른 입술을 적시는 .. 詩 모음 2017.08.28
내 마음에 담겨진 당신 내 마음에 담겨진 당신 당신은 늘 내 마음에 가득히 담겨져 있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청 녹색 빛깔의 희망과 연 녹색 아름다운 사랑으로 당신과의 사랑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언제나 언덕처럼 기댈 수 있는 따스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게 당신이라는 사랑이 있기에 마음.. 詩 모음 2017.08.21
허물 / 정호승 허물 / 정호승 느티나무 둥치에 매미 허물이 붙어 있다 바람이 불어도 꼼짝도 하지 않고 착 달라붙어 있다 나는 허물을 떼려고 손에 힘을 주었다 순간 죽어 있는 줄 알았던 허물이 갑자기 몸에 힘을 주었다 내가 힘을 주면 줄수록 허물의 발이 느티나무에 더 착 달라붙었다 허물은 허물을 .. 詩 모음 2017.08.13
여인숙/잘라루딘 루미 여인숙 / 잘라루딘 루미 인간은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짧은 순간의 깨달음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무리여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 가 버리고 가구들을 모두 가져.. 詩 모음 2017.08.06
비의 영상/김일수 비의 영상 / 金一洙 빗줄기 힘차게 내리면 먼 산 바라본다 무엇이 그리도 슬픈지 하늘이 고개 숙이고 눈물 흘리며 부르짖는다 너를 바람 속으로 보내던 날 까만 하늘에 푸석이던 달도 없이 하얀 가슴만 비어 가고 진한 인연으로 겹쳐지는 엇갈린 소용돌이는 하나로 이어진다 그 자욱들 걸.. 詩 모음 2017.07.30
중년의 가슴에/ 동산 김일수 중년의 가슴에 / 東山 / 金一洙 바닷가 엎디운 바위에 출렁인 파도가 획 하나 그었다 단단한 근육질의 바람은 벼랑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눕혀지지 않는 패기가 바다를 춤추게 했다 때로는 흐느적거리는 달빛 속에 실밥 같은 흰 머리카락이 동아줄 같은 고집으로 바다 속에서 솟아나는 백.. 詩 모음 2017.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