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月/김영랑 오월 / 김영랑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진다 바람은 넘실 천(千)이랑 만(萬)이랑 이랑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 詩 모음 2017.05.05
거룩한 깃발/이윤정 거룩한 깃발/이윤정 헌칠한 체격에 당당하시더니 칠순 잔치 치룬 뒤부터 빈 봉지처럼 마른 모습으로 내 눈물샘을 자꾸 열으시네 안개처럼 피어나는 내 그리움의 고향같이 '엄마 '하고 물렀는데도 눈물샘은 어느새 활짝 열리고야 말아 온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던 파수꾼 온 가족의 평화가 .. 詩 모음 2017.05.01
산처럼 물처럼/오광수 산처럼 물처럼 / 오광수 산은 산이어서 좋다 이곳저곳 기웃거려 옮겨다니지 않고 세상의 지킴이 되고 살아가는 기본이 되어 보듬고 다독이며 함께 더불어 사는 가운데 철 따라 가꾸는 어울림이 있어 더 좋다 물은 물이어서 좋다 순리대로 길을 가니 볼썽사납지 않고 이 세상 이치가 되고 .. 詩 모음 2017.04.27
가슴으로 읽는 한시/ 과천 집에서 과천 집에서 뜨락 한편 복사꽃이 눈물 흘리네. 하필이면 가랑비가 오고 있는데. 주인이 오래도록 병에 걸려서 봄바람에 방긋 웃지 못하나 보다. 果寓卽事 庭畔桃花泣(정반도화읍) 胡爲細雨中(호위세우중) 主人沈病久(주인침병구) 不敢笑春風(불감소춘풍)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 ~.. 詩 모음 2017.04.15
우산/김문억 우산/김문억 기둥은 하나 서까래는 열두개 접었다 폈다 손으로 들고 다니는 집 옴팍한 지붕 하나로 온 하늘을 다 가리네 그대여 우리 사랑 곰삭아서 맛이 들면 안 먹어도 배부른 날 빗소리나 듣고 살자 백중 날 호박 잎만한 집이나 한 채 짓고 살자 詩 모음 2017.04.11
임 생각/최현배 임 생각 봄맞이 반긴 뜻은, 임 올까 함이러니. 임을랑 오지 않고, 봄이 그만 저물어서, 꽃 지고 나비 돌아가니, 더욱 설워하노라. 봄물이 출렁출렁, 한강에 들어찼다. 돛단배 올 적마다, 내 가슴 두근두근 지는 해 西山에 걸리니, 눈물조차 지누나. 강물이 아름아름, 끝 간 데를 모르겠고 버.. 詩 모음 2017.03.24
꿈이 있는한 나이는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어떤 말을 들어도 어떤 사람을 만나도 당당하고 자신 있게! 뿌리 깊은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고 묵묵하게 그 자리에 있기를... 살다 보면 실망도 절망도 있겠지 그때마다 바람에 흔들리듯 아프고 방황할 수 있지만 바람을 탓하지 않고 환경을 탓하지 않고 중심을 잡고 지.. 詩 모음 2017.03.20
'모든 시름 空이로다'/ 진각국사 <무의자시집> '모든 시름 空이로다' / 진각국사 <무의자시집> 久 坐 成 勞 永 夜 中 구 좌 성 로 영 야 중 煮 茶 備 感 惠 無 窮 자 차 비 감 혜 무 궁 一 盃 卷 却 昏 雲 盡 일 배 권 각 혼 운 진 徹 骨 淸 寒 萬 慮 空 철 골 청 한 만 려 공 오래 앉아 피곤한 긴긴 밤 차 끓이며 무궁한 은혜 느끼네 한 잔 차.. 詩 모음 2017.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