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인 / 춘원 이광수 애인/춘원이광수 님에게는 아까운 것 없이 무엇이나 바치고 싶은 이 마음 거기서 나는 보시(布施)를 배웠노라 임께 보이고자 애써 깨끗이 단장하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지계(持戒)를 배웠노라 임이 주시는 것이면 때림이나 꾸지람이나 기쁘게 받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인욕(忍辱)을 배.. 詩 모음 2017.05.16
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핀다/김정원 '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핀다' - 김정원 - 마음에 담아두지 마라. 흐르는 것은 흘러가게 놔둬라. 바람도 담아두면 나를 흔들 때가 있고, 햇살도 담아두면 마음을 새까맣게 태울 때가 있다. 아무리 영롱한 이슬도 마음에 담으면 눈물이 되고, 아무리 이쁜 사랑도 지나가고 나면 상처가 되니 .. 詩 모음 2017.05.15
아버지의 등/하청호 아버지의 등 / 하청호 아버지의 등에서는 늘 땀 냄새가 났다. 내가 아플 때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지만 아버지는 울지 않고 등에서는 땀 냄새만 났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힘들고 슬픈 일이 있어도 아버지는 속으로 운다는 것을 그 속울음이 아버지 등의 땀인 .. 詩 모음 2017.05.10
五月/김영랑 오월 / 김영랑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진다 바람은 넘실 천(千)이랑 만(萬)이랑 이랑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 詩 모음 2017.05.05
거룩한 깃발/이윤정 거룩한 깃발/이윤정 헌칠한 체격에 당당하시더니 칠순 잔치 치룬 뒤부터 빈 봉지처럼 마른 모습으로 내 눈물샘을 자꾸 열으시네 안개처럼 피어나는 내 그리움의 고향같이 '엄마 '하고 물렀는데도 눈물샘은 어느새 활짝 열리고야 말아 온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던 파수꾼 온 가족의 평화가 .. 詩 모음 2017.05.01
산처럼 물처럼/오광수 산처럼 물처럼 / 오광수 산은 산이어서 좋다 이곳저곳 기웃거려 옮겨다니지 않고 세상의 지킴이 되고 살아가는 기본이 되어 보듬고 다독이며 함께 더불어 사는 가운데 철 따라 가꾸는 어울림이 있어 더 좋다 물은 물이어서 좋다 순리대로 길을 가니 볼썽사납지 않고 이 세상 이치가 되고 .. 詩 모음 2017.04.27
가슴으로 읽는 한시/ 과천 집에서 과천 집에서 뜨락 한편 복사꽃이 눈물 흘리네. 하필이면 가랑비가 오고 있는데. 주인이 오래도록 병에 걸려서 봄바람에 방긋 웃지 못하나 보다. 果寓卽事 庭畔桃花泣(정반도화읍) 胡爲細雨中(호위세우중) 主人沈病久(주인침병구) 不敢笑春風(불감소춘풍)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 ~.. 詩 모음 2017.04.15
우산/김문억 우산/김문억 기둥은 하나 서까래는 열두개 접었다 폈다 손으로 들고 다니는 집 옴팍한 지붕 하나로 온 하늘을 다 가리네 그대여 우리 사랑 곰삭아서 맛이 들면 안 먹어도 배부른 날 빗소리나 듣고 살자 백중 날 호박 잎만한 집이나 한 채 짓고 살자 詩 모음 2017.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