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맵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해외여행이 풍성해졌다. 이전 같으면 길이 복잡해 포기할 만한 곳도 곧잘 찾아가곤 한다. 구글맵이 있어도 갈피를 못 잡을 때가 있다. 대도시의 기차나 지하철역에 도착했을 때다. 예전의 나는 역 안의 지도나 안내도를 보면서 정확한 길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이젠 빠르게 그곳을 벗어나 밖으로 나간다. 밖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 봐야 정확한 길을 찾기 힘들고, 밖으로 나와 움직여봐야 비로소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잘못된 길이라도 가봐야 목적지에서 멀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가이다. 작가 초기 나는 완벽한 플롯, 나를 목적지까지 안내해 줄 지도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실패를 통해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