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스크랩 289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길까

하지현의 책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에서 정신과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질문이 “근데 저 같은 환자는 처음이시죠?”라는 걸 보고 팩폭이라고 직감했다.그의 전작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역시 자신만 이상한 것 같다는 환자들의 말에 대한세심한 답변이라는 것도 알아챘다.‘착하게 산 내게 왜! 왜 나만!’이란 비통함은 본인 얘기를 소설로 쓰면 책 한 권이라는사람들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가장 친한 친구가 알고 보니 내 남친과 바람이 났다거나, 은퇴 후로 미뤘던세계 일주를 계획하던 순간 병을 진단받거나, 대출받아 투자한 가게가 폭삭 망하는불행 역시 안타깝지만 흔하다.이런 불행은 내가 전생에 죄를 지어서도, 잘못을 해서도 아니다.100만 유튜브는 눈에 띄어도, 구독자 100명 미만인 수십 만 유튜버가 자신의..

신문 스크랩 2024.08.24

모두가 장원영이 될 수는 없다

원영적 사고를 하려 애쓴다. 원영적 사고는 걸그룹 ‘아이브’ 장원영의 사고방식을 의미한다.그는 지난해 유튜브 여행 영상에서 바로 앞 손님이 자신이 사려던 빵을 모조리 사자 말했다.“너무 러키하게 제가 새로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예요?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야.”이 말은 밈(meme)이 됐다.불리한 상황까지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고방식에 사람들이 호응한 것이다.이를테면 나는 오늘 아침 아홉 시에 생각했다.‘너무 러키하게 마감 기한을 넘겼는데 새 소재가 떠올랐지 뭐야?더 나은 글이 될 테니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야.’나의 원영적 사고를 편집자가 더 좋아할지는 모르겠다.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이 쏟아졌다.금메달 다섯 개 이상 기대치 말라던 대한체육회 예상을 뛰어넘었다.여기서도 ‘사고’가 쏟아..

신문 스크랩 2024.08.07

미국에서 온 6·25 전우의 손녀 마리아입니다

7월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2021년 국가보훈처가 제작한 동영상이 새삼 관심을 모았다(attract renewed attention). 동영상은 1950년 7월 5일 유엔군이 한국전쟁에서 치른 첫 전투인 ‘오산 죽미령 전투’의 미군 생존자 존 굿윌(93)씨 독백으로 시작된다(begin with his monologue).전투 둘째 날이자 생일 하루 전날 북한군에 포로로 잡힌(be held captive)그는 세 번의 생일을 북한에서 보낸 후인 1953년 8월 풀려나(be released)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어떤 조건(terms and conditions)을 바라고 참전한 것이 아니었어요. 3만7000명 넘는 전우들이 전사했고, 9000명 이상이 아직도 전시 행방불명 상태에 있습니..

신문 스크랩 2024.07.30

나라를 차지하는 다섯 가지 어려움(五難)

사마천 ‘사기’ 초나라 세가에 나오는 이야기이다.진(晉)나라에 머물던 초나라 공자 비(比)가 임금이 되려고 진나라를 떠날 때 진나라관리 한선자(韓宣子)가 군자 숙향(叔向)에게 물었다.“공자 비는 성공하겠지요?”숙향이 말했다.“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선자가 말했다.“초나라 사람들이 지금 임금을 모두 싫어하여 새 임금을 세우려 하는 것이 마치시장의 장사치와 같건만 어찌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입니까?”숙향이 말했다.“나라를 차지하는 데는 다섯 가지 어려움[五難]이 있습니다. 사사로이 총애하는 자는 있는데 뛰어난 사람이 없는 것[有寵無人]이 첫째요, 뛰어난 사람은 있는데 안에서 주도하는 사람이 없는 것[有人無主]이 둘째요, 안에서 주도하는 사람은 있는데 모책이 없는 것[有主無謀]이 셋째요, 모책은 있는데 따르는..

신문 스크랩 2024.07.25

염치를 알라 국격이 따르리

영국 런던에서 한 소매치기가 음식을 구걸하는 척하며 테이블에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훔치는 모습. /요크셔이브닝포스트 유럽 여행 중 식당에선 어깨에 멘 카메라나 가방을 늘 앞쪽으로 모은 채 음식을먹었다. 곁에 빈 의자가 있어도 내려놓지 않았다.누군가 벗겨가거나 집어가니 조심하라는 충고에 따른 일.그리스 파트라스 항으로부터 이탈리아 바리 항에 도착하여 입국 심사를 받던 중만난 경찰관은 소매치기 조심하고 자동차 문 잘 잠글 것을 강조했다.경찰관이 외국인에게 자국민을 조심하라고 당부하다니!그 나라 국민의 염치없음을 우리에게 홍보한 셈이었다. 어렵던 시절, 남의 집에 손님으로 가기를 꺼렸고, 손님 맞는 입장은 더했다. ‘여름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어느 집에 손님이 왔다. 다음 날 그가 ..

신문 스크랩 2024.07.19

노자의 무위(無爲) 유위(有爲) 자연(自然)

노자의 ‘도덕경’을 수 년 동안 공부해 보니 이 또한 ‘논어’와 마찬가지로 제왕학임을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논어’는 제왕의 치술(治術)과 심술(心術)을 겸하고 있는 데반해 ‘도덕경’은 주로 제왕의 심술(心術)에 집중하고 있었다.또 ‘논어’에는 임금뿐만 아니라 신하의 도리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 데 반해‘도덕경’은 주로 임금의 도리에 집중하고 신하의 도리는 가끔 나올 뿐이다.‘도덕경’에 대한 이런 궁금증을 푸는 열쇠는 다름 아닌 사마천 ‘사기’ 열전에 담겨있었다. 사마천은 노자와 한비자를 합전(合傳)하여 ‘노자 한비 열전’을 지었다.그것은 이 둘이 밀접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비자’를 읽어보면 제왕학 부분은 주로 ‘도덕경’을 인용해 풀이하는 것으로대신하고 있다.그러면 이해가 된다. 임금은 무..

신문 스크랩 2024.07.02

수재비와 비빔밥

수제비와 비빔밥 김훈 산문집 '허송세월'. 작가는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고 썼다. 깊은 산속 절 마당에서 50대 남자가 담배를 피우다 노스님에게 걸렸다. 사찰은 금연 구역이다. 스님은 작았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했지만 위엄이 있었다.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노스님이 말했다. “담배를 피우는구나.” “그렇습니다.” “끊어라. 딴 데 가서 피우란 말이 아니다.” “이게 끊어지는 게 아닙니다.”노스님이 그를 노려보았다. “말을 잘하는구나. 자네가 안 피우면 되는 거야. 피우면 못 끊는 거고.” 남자는 벼락이 뒤통수를 치는 충격을 받았다. 무참해서 물러났다. 돌아가는 등 뒤에 대고..

신문 스크랩 2024.06.30

호텔 방 금고에 신발 한 짝 넣어두는 이유

여름휴가철 (summer vacation season) 이다. 어쩌다 형편이 여의해서 국내외 피서를 가게 되면(go on a vacation at home orabroad) 호텔에 묵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호텔일지라도 이런저런 불편을 겪거나(experience inconveniences) 뭔가를 놓고 와서(leave something behind) 낭패 보기 십상이다(be likely to end up in trouble). 그런 이들을 위해 세계 곳곳을 오가는 비행기 승무원(globetrotting flight attendant)이 틱톡을 통해 유용한 조언을 공유해(share useful tips) 인기를 끌고 있다. 네덜란드 항공사 KLM 승무원(crew member) 에스더 스트러스씨의 시간·골칫..

신문 스크랩 2024.06.27

강을 건너려는 진흙 보살

“진흙 보살이 강을 건넌다면(泥菩薩過江)…”이라는 퀴즈의 물음에는“(남은커녕) 자신조차 보호하지 못한다(自身難保)”는 정답이 따른다.진흙은 물에 금세 녹아내리기 때문이다.헐후어(歇後語)라는 문답 형식의 중국 민간 언어다. 답에 등장하는 ‘보신(保身)’의 개념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일이다.이를 친절하게 일깨우는 성어가 명철보신(明哲保身)이다.‘명’이나 ‘철’은 다 사람의 지혜를 가리킨다.슬기롭게 대처함으로써 위험으로부터 저를 지킨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중국은 다난(多難)의 땅이었다.참혹한 전란(戰亂)이 수도 없이 닥쳤고, 큰 면적에 넓게 번지는 가뭄과 홍수 등각종 재해도 늘 잇따랐던 곳이다.그곳에서 생존하려는 노력이 이런 언어 습속으로 이어졌다. 유방(劉邦)을 도와 한(漢) 왕조를 세우는 데 큰 ..

신문 스크랩 2024.06.22

다움(德)

덕(德)은 필자는 은덕 혹은 덕택이라는 뜻 말고는 대부분 ‘다움’이라고 옮긴다. 예를 들어 임금이 ‘부덕의 소치’라고 했을 때 이는 “과인이 임금답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옮긴다. 이를 단번에 보여주는 말이 ‘논어’에 있는 ‘군군신신(君君臣臣) 부부자자(父父子子)’라는 말이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자식의 자식다움은 효(孝)이다. 효도하지 않는 자식은 자식이 아니라는 것이 공자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부모는 자(慈), 신하는 직(直), 임금은 관(寬)이다. 관(寬)이라는 다움이 없으면 임금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다움을 관찰하는 법이 있다. 언(言)과 행(行)의 차이를 살피는 것이다. 언과 행의 갭이 크면 클수록 그 사람의 다움은 엷..

신문 스크랩 2024.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