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스크랩 289

혼군(昏君)의 세 가지 조건

혼군(昏君)의 반대는 명군(明君)이다. 명(明)은 첫째, 사리에 밝음이며 둘째, 불혹(不惑)이며 셋째, 공(公)이다. 이 중 하나만 없어도 역사에서는 혼군(昏君)이라 불렀다. 첫째, 사리에 밝다는 것은 일 처리가 공정하고 정밀하다는 뜻이다. ‘논어’에서 제자 자장(子張)이 명(明)이 무엇이냐고 했을 때 공자는 이렇게 답했다.“점점 젖어드는 (동료에 대한) 참소와 살갗을 파고드는 (친지들의 애끓는) 하소연을 (단호히 끊어) 행해지지 않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밝다고 말할 수 있다.”전반부는 공적인 조정이고 후반부는 사사로운 영역이다. 최근 참소와 하소연이 용산 주변을 얼마나 들끓게 했는지는 따로 예를 들 필요가 없다. 둘째 혹(惑)에 대해 공자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죽은 사람도 살리려 들고 자..

신문 스크랩 2024.12.05

5분 명상

사람을 만나면 어디를 보시나요? 저는 그이의 눈빛을 보고, 다음엔 자연스레 손짓을 보게 됩니다. 말은 입을 통해 발화하지만 사람의 내면 상태는 시선이나 손놀림을 통해 흘러나오니 그렇습니다. 손짓은 무의식이 하는 말이니까요.대화 중에 유난히 삿대질 같은 손놀림을 자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야기 내내 손 놓임이 편안하고 움직임도 물처럼 자연스러운 사람이 있습니다. 전자는 현란한 손짓이 공격적으로 느껴져 어느 순간 듣는 일이 불편해지고 말하는 내용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게 됩니다. 후자는 때에 맞게 한 번씩 말을 따라 움직이는 손 모양새가 우아한 춤 같아 저절로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내 손은 주로 어디에, 어떻게 놓여 있고, 어디를 향해 있나요? 손짓은 혼자 있을 때도 '말'을 합니다...

신문 스크랩 2024.12.03

스위스 아미 나이프

1884년 스위스의 이바크(Ibach) 마을. 24세 청년 카를 엘스너(Karl Elsener)가 자신의 조그마한 공장에서 다용도 칼 하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1891년, 독일제 장비를 주로 사용하던 스위스 군대에 납품할 기회를 갖게 된다. 초기에 공급된 칼은 군인들이 통조림을 따거나 소총 등의 장비를 수리하는 용도로 제작되었다. 다소 거칠고 무거웠지만 점차 무게를 줄이고 다양한 기능을 첨가하며 변모를 거듭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다용도 툴, '스위스 아미 나이프(Swiss Army Knife)'다.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897년, 캔 오프너, 스크루 드라이버, 코르크 스크루 등이 첨가되면서다. 1909년부터 그는 어머니 '빅토리아'의 이름을 따서 상표명을 '빅토리녹스(Vi..

신문 스크랩 2024.11.29

그때 제대로 사과했다

때론 안 하느니만 못한 사과도 있다."많이 후회합니다. 전 그저 직원들을 격려하는 업무 행사라고 여겼습니다."2020년 5월 코로나 방역 수칙을 어기고 술 파티를 벌였다는 증거가 잇달아 나오자 당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머리를 조아렸다.민심을 돌이키기엔 애석하게도 사과가 어설펐다.직원들과 술 마신 것을 깨끗이 인정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업무인 줄 알았다'는 해명에 여론은 들끓었다.야당은 "국민을 바보로 아느냐"고 했고 '사임하라'는 국민 요구는 더 거세졌다.서툰 사과가 불붙은 사태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다.뼛속 깊은 사과는 반면 얼어붙은 마음을 움직인다.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난 뒤 국민 비호감으로찍혀 은둔했다. 이후 한 언론과의 TV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나는 친구들..

신문 스크랩 2024.11.28

포사(褒似)해독(害毒)

포사는 주나라를 망친유왕(幽王)의총 희(寵姬)다.우리에게는 유왕이 포사를 웃게하려고 거짓 봉홧불을 자주올려 제후들을모이게 하다가 정작 견융(犬戎)이 쳐들어왔을 때는 봉홧불을 올렸어도 제후들이 오지 않아 왕은 죽고 포사는 포로가 된 일로 알려져있다.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의 교훈과도 통한다.공자는 자신이 편집한 ‘시경(詩經)’을 관통하는 정신을 사무사(思無邪),생각 부터 그릇됨이 없어야 한다고했다. 그리고 ‘시경’300여수를 주제 별로 정리하면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 下)에서 벗어 나는  것이 하나도 없다.그중 대아(大雅) 첨앙(瞻찺) 편은 유왕과 포사 그리고 두 사람을 둘러싼 환관과아첨꾼들이 나라를 어지럽게 함을 풍자 한시다.다소 길어 중요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 본다.“저하늘 우러러 보..

신문 스크랩 2024.11.27

쉴 때는 쉬어도 됩니다

“스트레스 받을 땐‘줌아웃(ZoomOut)’기법을 활용하시라고 권합니다. 스트레스 받는 일, 부정적인 감정 등을 시각화해서 눈앞에 그려보는 겁니다.  그리고 화면을 차츰 나에게서 멀리 보내는 연습입니다. 마지막으로 작은 한 점이 돼 사라질 때까지요. 이런 훈련을 하면 감정의 무게를 가볍게 할 수 있지요. 또한 감정을‘나’와 동일시하던 습관에서 벗어 날 수 있습니다.” —감정 상태에 따라 지도하는 명상법도 다른가요? “분노가 많은 분께는 자애 명상, 정서적으로 민감한 분에게는 숫자를 세는 수 식관(겤息觀), 지적인 분께는 의두(화두) 명상을 권합니다. 또 감정에 따라 각기 다른 호흡법도 권합니다. 흥분이나 긴장이 심할 때에는 내쉬는 호흡을 길게 하면 이완과 평정에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우울이나 무기력한 ..

신문 스크랩 2024.11.27

'비교지옥'을 끝내는 적당한 삶

이스털린의 역설이란 말이 있다. 연봉이 늘어도 더 이상 행복감이 늘지 않는 현상으로 기준은 7만5000달러다. 그런데 최근 "행복의 한계 효용은 없고, 벌수록 행복하다"는 블룸버그 사설을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정말일까. 갓 구운 케이크라도 첫입 이후 만족은 줄기 마련 아닌가. 집이나 연봉 등 익숙해지면 상한의 기준이 느는 게 사람 마음 아닌가. 그런 이유로 심리학자들은 쾌락 적응을 인간 행복의 장애물로 규정했다.자료들을 읽다가 이스털린이 주목한 게 7만5000달러라는 절대적 소득이 아니라 상대적 가치라는 걸 깨달았다. 연봉 20만달러를 받아도 주위 모든 사람이 같은 돈을 벌면 행복감이 더 올라가진 않는단 뜻이다.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버는 게 행복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우리는 과거와 달..

신문 스크랩 2024.11.25

쌀쌀해진 날씨, 무거운 이불이 숙면에 도움된다

엊그제만 해도 걷어차던(kick off)깔아뭉개던 걸 덮는 배반을 한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날씨가 돌아서더니 쌀쌀맞아졌다(turn chilly).우리말로 이부자리(bedclothes)는 덮는 이불과 까는 요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서양에선 침대 시트와 커버를 포함하는 용어다. 영어로는 bedclothes 또는 bedding으로 표현하는데, 엄밀히 말하면(strictly speaking) bedding은 베개·매트리스를 포함한 침구류 전체를 말한다. 담요와 달리 속을 넣어 만든 이불은 미국식 영어에선 comforter, 영국식으로는 duvet으로 구분하기도 한다.어쨌든, 무거운 이불을 덮고 자야(sleep covered with a weighted comforter) 숙면을 취할(sleep a sound..

신문 스크랩 2024.11.05

'급할수록 돌아가라'의 원래 뜻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한국 전래의 속담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일본에서 전해진 수입 속담이다. 일본어로는 ‘이소가바 마와레(急がば回れ)’라고 한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천천히 가라’도 아니고 왜 하필 ‘돌아가라’고 했는지 어구만으로는 그 의미가 아리송하다. 의문에 대한 답은 본래 일본 속담의 유래에서 찾을 수 있다.‘이소가바 마와레’는 15세기 무로마치(室町) 시대에 종장(宗長)이라는 시인이 지은 연가(連歌)의 한 구절이다. 노래 배경은 이렇다. 일본의 동서를 연결하는 간선도로인 도카이도(東海道)에는 구사쓰(草津)와 오쓰(大津)라는 교통 요지가 있다. 두 곳 사이에는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비와코(琵琶湖)가 있어서 두 곳을 오가려면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거나, 조..

신문 스크랩 2024.10.18

다섯 가지 한심한 일(五寒)

공자를 비롯한 고대 중국의 역사가들은 하나같이 흥망성쇠(興亡盛衰)의 기틀은임금이 삼가느냐[敬] 소홀히 하느냐[忽]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한나라 유학자 유향(劉向)이 지은 ‘설원(說苑)’ 권10 경신(敬愼) 편에는 이와 관련된경계(警戒)가 다양하게 실려 있다.먼저 유향이 말한다. “존망과 화복은 그 요체가 (임금의) 몸가짐에 달려 있기에 공자같은 빼어난 이가 거듭 경계했으니 패망과 화(禍)를 불러들이는 것은 삼감과 조심함(敬愼)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그중에서도 선쾌(單快)라는 사람이 했다는 말만큼 우리에게 적실(適實)한 경계는없는 듯하다. “나라에 다섯 가지 한심한 일(五寒)이 있는데 물이 얼어붙는 것은 그 중에 포함되지않는다. 첫째는 정사를 외부 사람에게 맡기는 것(政外)이고, 둘째는 여자로 인한 어..

신문 스크랩 2024.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