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스크랩 240

교언후안(巧言厚顔)

'논어’ 학이 편에는 “巧言令色(교언영색) 鮮矣仁(선의인)”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부분 이를 오독해서 “교언영색하는 자는 어질지 않다”고 옮기고 있다. ‘드물다’는 뜻의 선(鮮)을 놓친 때문이다. 선(鮮)을 주목하여 정확히 옮기면 “교언영색하는 자 중에 정말로 어진 사람은 드물다”는 뜻이다. 즉 어진 사람은 당연히 교언영색하며, 문제는 교언영색하는 사람 중에 대부분은 겉으로만 그렇게 하고 속은 어질지 않다는 것이다. 어질지 않다는 것은 사욕(私慾)을 더 중시한다는 말이다. 하나라 왕 태강(太康)이 정사는 돌보지 않고 사냥에 빠져 먼 곳으로 사냥을 떠나 100일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자 다섯 형제가 걱정하는 노래를 불렀는데, 그중 막내 노래가 ‘서경’에도 전하고 ‘시경’ 소아(小雅) 교언(巧言) 편에도 실려..

신문 스크랩 2024.02.15

朋臣(붕신)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 불역낙호(不亦樂乎).’ 강의를 할 때 이게 무슨 말이냐고 하면 대부분 큰 소리로 이렇게 대답한다.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과연 그럴까? 공자(孔子)가 과연 그런 뜻으로 한 말일까? 그런 정도의 말인데 ‘논어’라는 책의 서두에서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다시 물어본다. “그러면 가까이에서 늘 만나는 벗이 오면 기뻐하지 말라는 뜻인가요?” “가까이에 있는 벗과 멀리서 찾아온 벗을 차별해서 대우하라는 말일까요?” 그때야 상황을 눈치챈 청중은 웅성웅성한다.1 우선 우(友)가 아니라 붕(朋)이다. 붕은 벗 중에서도 뜻을 같이하는 벗[同志之友]을 말한다. 조직에서 상하 관계로 말하면 윗사람에게 충분한 신뢰를 받는 사람이 바로 그의 붕이다...

신문 스크랩 2024.02.04

곱게 늙기보다 바르게 늙기가 중요하다

으뜸가는 지혜는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곱게 늙기보다 바르게 늙기가 중요하다 요즘엔 내일모레 환갑인 사람보고 ‘핏덩이’라고 하는 모임도 있다. 초고령화(Super-aged) 시대, 누구나 “추하게 늙고 싶진 않다”고 말하지만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한때 세상을 떵떵거리던 사람들이 나이 들어 변한 모습에 실망한 일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웰에이징을 지나 최근에는 나이는 들지만 늙지는 않는 ‘언에이징(Unaging)’이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노인경제학(eldernomics), 에이지빌리티(agebility)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100세 시대, 실질 연령에 대한 치수 조정과 은퇴에 대한 재조명도 활발하다. “아름답게 죽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아름답게 늙어가는 일이다.” 앙드레 지드의 말이다.

신문 스크랩 2024.02.02

일본의 ‘대의사(代議士)’ 호칭

일본 국회의 공식 영문 표기는 “the National Diet of Japan”이다. 영어 원어민들도 diet에 의회라는 뜻이 있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본에는 도쿄 지하철을 탄 외국인들이 “National Diet Bldg.(국회의사당)역”을 보고 일본인들이 날씬한 이유에 대해 고개를 끄덕인다는 농담이 있다. 일본 의회가 diet로 불리게 된 것은 메이지 헌법이 프로이센 사례를 참고했기 때문이다. 당시 ‘제국의회’는 프로이센의 입법기관인 ‘Reichstag(라틴어 Dieta Imperii)’를 본뜬 것인데, 이를 영어로 번역하면 ‘Imperial Diet’가 된다.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명으로 소집되던 ‘제후회의’에 기원을 두고 있는 diet는 일부 중부 유럽국의 역사적 산물이다. 그만큼..

신문 스크랩 2024.02.02

인생의 구간별 자랑거리

누구는 발설하기만 해도 꿈이 이뤄진다.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아무튼, 주말’에 “올해 104세,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희망 편지를 띄우자 벌어진 일이다. 등단시켜 드리겠다는 연락이 쇄도했다. “원고 주시면 3월호 권두시로 싣겠습니다”(월간 문학세계) “여자 친구 구인 광고를 내겠다는 교수님을 시인의 전당에 모십니다” (서울문학광장).... 저출생·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인구 통계는 점점 드라마틱해진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70대 이상 인구가 631만여 명으로 20대 인구(619만여 명)를 처음 추월했다. 한국은 무서울 만큼 빠르게 늙어가는 중이다. 희망 편지 글감도 1회는 저출생(춘천 칠남매 아빠), 2회는 고령화(104세 철학자 김형석)와 얽혀 있었다. 세 자리 숫자가 입력되지 않는 바람에 ..

신문 스크랩 2024.01.29

나이가 들면 왜 시간이 더 빨리 갈까

한 해가 시작 되는 1월에는 세월이 참 빨리도 간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 늙어가니 내가 살아서 내년에 새해를 또 맞이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또 새해를 맞이 하고 친구들과 새해 덕담을 주고 받으며 "우리 이대로 내년에 또 덕담을 주고 받고 하자"면서 웃었다. 나이가 들면 참 세월이 빨리 간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닌가 보다 오늘 에 이런 글이 있어 옮겨 본다. 해가 바뀌어 2024년이 되었지만 1월에는 여전히 2023년이라고 잘못 적는 버릇이 있다. 올해도 잘못 적은 숫자를 고치다가 친구가 시간이 30대는 시속 30km, 50대는 50km로 빨리 간다던 푸념이 떠올랐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가속도가 느껴지는 건 느낌만의 문제일까. 어릴 때는 새로운 ..

신문 스크랩 2024.01.13

공자의 구사(九思), 위징의 십사(十思)

‘논어’에는 구사(九思)라고 해서 군자다운 임금이 되려면 갖춰야 할 아홉 가지가 나온다. 공자가 말했다. “볼 때는 눈 밝음을 생각해야 하고 들을 때는 귀 밝음을 생각해야 하고 낯빛을 취할 때는 따스함을 생각해야 하고 용모를 취할 때는 공손함을 생각해야 하고 말을 할 때는 진실함을 생각해야 하고 일을 할 때는 주도면밀함을 생각해야 하고 의문이 날 때는 질문 던지기를 생각해야 하고 화가 날 때는 그로 인해 닥칠 어려움을 생각해야 하고 이득을 보았을 때는 마땅한지 아닌지를 생각해야 한다.” 당나라 현신(賢臣) 위징(魏徵)은 명군(明君) 태종에게 ‘간태종십사소 (諫太宗十思疏)’를 올려 태종을 경계시켰다. 구사와 비교하며 음미해도 좋지만 구사보다 현실적이라 더욱 와서 닿는다. “▲정말로 욕심날 만한 것을 보았을..

신문 스크랩 2023.12.28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의 조건

인류의 역사는 도시의 발달과 함께 발전하였습니다. 도시는 인간 생존의 터전이었고, 인류가 더 잘 살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었습니다. 특히 중세 이후 유럽에서 자치권을 가진 도시가 형성되면서 상업과 교역의 중심지가 되어 경제적 부를 축적하였고, 이런 도시들의 탄생과 발전은 상업과 자본주의, 더 나아가 민주주의 발전의 환경과 계기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中略 다른 한편 핵심 도시를 중심으로 일일 생활이 가능하도록 기능적으로 연결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거대 도시인 메가시티를 만들고자 하는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의 고민은 15분 도시와 같은 소도시와 메가시티와 같은 대도시의 장점을 두루 갖춘 도시를 어떻게 ..

신문 스크랩 2023.12.18

부산의 상징 ‘용두산 공원’의 역사

[박종인 기자의 ‘흔적’] 용두산공원에 얽힌 코미디 같은 역사 부산 용두산공원에 있는 공원비. 원래는 대통령 이승만 호를 따서 '우남공원'으로 명명됐으나 4·19 4개월 뒤인 1960년 8월 '독재자 흔적 지우기' 일환으로 '용두산공원'으로 개칭됐다. 그런데 공원이 있는 산 이름 '용두산'은 19세기 초량왜관에 살던 대마도 사람들이 지은 지명이고 공원은 1916년 일본 천황을 기념해 만든 공원이다. /정성문 제공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에는 부산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있다. 용(龍)이다. 기단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다. ‘여기는 이 나라의 관문 국토의 정기가 서려 맺힌 곳/ 백두산 힘차게 뻗어 내린 금정산맥 앞바다 푸른 물결 태평양 맞물렸네.’ 1973년 이은상이 지은 시다. 제목은 ‘부산탑 찬가’다. 지금..

신문 스크랩 2023.12.17

고속道·고속鐵은 세계 최강, 보도블록은 세계 꼴찌?

내가 장애인이 되고나서 휠체어를 타고 거리를 나서는 것은 사실 너무 무섭고 두려운 일이 되었다. 물론 장애인 특수 차량을 이용하여 이동을 하기는 하지만 그 때도 차도나 인도를 통하지 않을 수는 없다. 공사를 할 때 장애인이나 보행 노약자들의 어려움을 고려하고 공사를 한다면 좀 더 나은 복지 정책이 되지 않을까 해서 조선일보 오피니언 조선칼럼중에서 임의편집(任意編輯)하여 올려 봅니다. (조선일보와 글 쓴이에게 임의편집한 부분에 대한 양해를 구합니다.) 가로수·환풍구·소화전·맨홀 등 수많은 시설물 지면에 돌출, 보도블록 마감은 원래 고난도 ‘조각가의 정성’ 요구하는데 우리와 선진국은 30년 차이 혹평 ‘걷기 좋은 길’은 상식인데 고속철, 고속도만 좋으면 뭐하나 사랑의 온도탑, 구세군 자선냄비, 크리스마스 장..

신문 스크랩 2023.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