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적 사고를 하려 애쓴다. 원영적 사고는 걸그룹 ‘아이브’ 장원영의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그는 지난해 유튜브 여행 영상에서 바로 앞 손님이 자신이 사려던 빵을 모조리 사자 말했다.
“너무 러키하게 제가 새로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예요?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야.”
이 말은 밈(meme)이 됐다.
불리한 상황까지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고방식에 사람들이 호응한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오늘 아침 아홉 시에 생각했다.
‘너무 러키하게 마감 기한을 넘겼는데 새 소재가 떠올랐지 뭐야?
더 나은 글이 될 테니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야.’
나의 원영적 사고를 편집자가 더 좋아할지는 모르겠다.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이 쏟아졌다.
금메달 다섯 개 이상 기대치 말라던 대한체육회 예상을 뛰어넘었다.
여기서도 ‘사고’가 쏟아졌다.
펜싱 오상욱의 ‘상욱적 사고’는 “잘한다 하니까 진짜 잘하는 줄 알고 잘할 수 있었다”다.
사격 김예지의 ‘예지적 사고’는 “괜찮아. 다 나보다 못 쏴”다.
사격 반효진의 ‘효진적 사고’는 “나도 부족하지만 남도 별거 아니다”다.
반면교사로 삼을 사고방식도 있다.
“나는 10점 만점에 8점”이라는 ‘어떤 스포츠 종목 협회장식 사고’다.
이건 풀어 쓰면 원영적 사고에 가깝다.
‘너무 러키하게 갓 축구 자서전을 냈는데 욕을 먹게 됐지 뭐예요?
책은 잘 팔릴 테니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야.”
원영적 사고도 화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모두가 장원영이 될 수는 없다.
나도 오랫동안 가져온 사고방식이 있다.
‘태섭적 사고’다.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송태섭은 이렇게 말한다.
“힘들더라도 심장이 두근대도 최선을 다해 괜찮은 척을 해.”
내가 송태섭에게 감응하게 된 이유는 168cm의 키다.
덩치가 나만 한 선수가 거인들과 싸우려면 태섭적 사고가 필요하다.
내 키가 168cm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
어차피 소개팅에서 178cm라 말하는 남자는 다 175cm다.
<조선일보 오피니언(김도훈의 엑스레이)중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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