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처럼/안도현 민들레처럼 / 안도현 - "우리는 몸이 작고 가늘어서 몸을 흔든다고 해봤자 꽃씨를 멀리 보내기는 힘들텐데..." 꽃줄기는 바람이 불어오는지 알아보려고 들녁 끝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 "물론 바람이 불어준다면 아주 먼 곳, 그러니까 우리가 모르는 곳으로 꽃씨를 데려가겠지. 하.. 詩 모음 2019.04.10
돌 속의 별/류시화 돌 속의 별 / 류시화 돌의 내부가 암흑이라고 믿는 사람은 돌을 부딪쳐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돌 속에 별이 갇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돌이 노래할 줄 모른다고 여기는 사람은 저물녘 강의 물살이 부르는 돌들의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 노래를 들으며 울어 본 .. 詩 모음 2019.04.09
문득 생각나서/윤이산 문득, 생각나서 / 윤이산 침침한 눈으로 노선 안내판을 더듬고 있을 때 문득,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문득 생각나서 전화해봤다는 반쯤 열린 문을 왈칵, 열어젖히며 맨발로 뛰어 나오는 옛집의 불빛 같은 그 말. 흐릿해진 기억에 불이 켜지고 먼 거리를 성큼 당기며 지하철이 들어온다. 詩 모음 2019.04.06
고락(苦樂)/김소월 고 락 (苦樂) /김소월 무거운 짐 지고서 닫는 사람은 기구(崎嶇)한 발뿌리만 보지 말고서 때로는 고개 들어 사방산천의 시원한 세상풍경 바라보시오. 먹이의 달고 씀은 입에 달리고 영욕(榮辱)의 고와 낙도 맘에 달렸소 보시오 해가 져도 달이 뜬다오 그믐밤 날 궂거든 쉬어 가시오. 무거운 .. 詩 모음 2019.04.05
서로 가슴을 주라 / 칼릴 지브란 서로 가슴을 주라/칼릴 지브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 詩 모음 2019.04.04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 詩 모음 2019.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