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모음

돌 속의 별/류시화

highlake(孤雲) 2019. 4. 9. 10:06


돌 속의 별 / 류시화



돌의 내부가 암흑이라고 믿는 사람은
돌을 부딪쳐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돌 속에 별이 갇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돌이 노래할 줄 모른다고 여기는 사람은
저물녘 강의 물살이 부르는 돌들의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 노래를 들으며 울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사람이다.

돌이 차갑다고 말하는 사람은
돌에서 울음을 꺼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 냉정이
한때 불이었다는 것을 잊은 사람이다.

돌이 무표정하다고 무시하는 사람은
돌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안으로 소용돌이치는 파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 무표정의 모순어법을.

              출처 : 시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詩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다림 혹은.../이정하  (0) 2019.04.17
민들레처럼/안도현  (0) 2019.04.10
같이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오광수  (0) 2019.04.07
문득 생각나서/윤이산  (0) 2019.04.06
고락(苦樂)/김소월  (0) 2019.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