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깃발/이윤정
헌칠한 체격에 당당하시더니
칠순 잔치 치룬 뒤부터
빈 봉지처럼 마른 모습으로
내 눈물샘을 자꾸 열으시네
안개처럼 피어나는 내 그리움의 고향같이
'엄마 '하고 물렀는데도
눈물샘은 어느새 활짝 열리고야 말아
온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던 파수꾼
온 가족의 평화가 살아 숨 쉬던 곳,
그래서 내 눈물샘에 항상 붙어 사는 엄마
내일이라도 거친 바람이 불어오면
훅 ~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어머니
왔던 길 따라 다시 돌아가려
숨을 달싹거리며 주무시는 내 어머니.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나를 응원하던 거룩한 깃발 하나가
천지에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지.
<옮겨 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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