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論語)’ 안연(顏淵)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노나라 실력자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물었다.
“만약에 무도한 자를 죽여 백성들을 도리가 있는 데로 나아가게 한다면 어떻습니까?”
공자가 대답해 말했다.
“대부께서는 정치를 하면서 어찌 죽임을 쓰십니까?
대부께서 선하고자 하면 백성들은 선해질 것입니다.
군자의 다움은 바람이요 소인의 다움은 풀이어서 풀 위에 바람이 불면 반드시
(그 방향으로) 쓰러집니다.”
이를 풍동(風動)이라 하는데 윗사람이 어느 쪽으로 지향하느냐에 따라 백성들은
그쪽으로 따라가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관이화(觀而化)라고도 하는데 백성들은 윗사람이 하는 언행을 지켜보고서
그쪽으로 바뀌어 간다는 말이다.
나라 상황이 말 그대로 풍전등화(風前燈火)이다.
나라가 둘로 쪼개진 것이야 그렇다 쳐도 지금 대충돌이 임박한 상황에서
여야 할 것 없이 국민을 이끈다는 정치인들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마치
살얼음을 밟는 마음으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상황이다.
인화성 강한 물질이 온나라를 뒤덮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칫 작은 불씨 하나가 순식간에 큰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지난 7일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에게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촉구하면서 “총을 맞더라도 하고 오라”고 했다.
또 “경호처 직원들이 총을 갖고 덤빈다? 가슴을 열고 쏘라고 하라”고 말했다.
군인도 부하들에게 이런 식으로 가서 총에 맞으라고 명하지는 못한다.
그저 본인이 선봉에 서서 “나를 따르라!”고 할 뿐이다.
하물며 민간에서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총 맞고 죽으라고 할 자격은 없다.
함부로 남의 죽음을 입에 올려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데도 오 처장은 “꼭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공자는 “비루한 자가 자리에서 쫓겨날 것 같으면 못 하는 짓이 없다”고 했는데
오 처장이 딱 그 꼴이다.
<조선일보 오피니언(이한우의 간신열전)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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