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에게 인기 높은 당(唐)나라 태종 이세민(李世民)은 많은 일화를 남긴
군주다. 특히 혹독한 간언으로 유명했던 신하 위징(魏徵)과 얽힌 스토리가
항상 사람들 입에 오른다. 그는 잔소리가 심했던 위징이 죽자 몹시 슬퍼했다.
이세민은 위징을 사람 거울, 즉 인경(人鏡)으로 비유했다.
사람이면서[人] 자신의 모자람을 비추는 거울[鏡]이란 뜻이다.
제 모습을 살피게 하는 구리거울 동경(銅鏡), 과거 사례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고경(古鏡)도 언급했다.
그는 구리거울 동경으로 자신의 의관(衣冠)을 살펴 행동거지의 잘잘못을 따졌고,
옛 거울인 고경으로는 흥망성쇠(興亡盛衰)의 고비를 판단했으며,
사람 거울인 인경으로는 이해(利害)와 득실(得失)을 살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장구한 왕조 역사를 지닌 중국에서는 이 거울 이야기가 풍성하게
등장한다. 북송(北宋)의 사마광(司馬光)이 편찬한 정통 역사서 이름은 ‘자치통감
(資治通鑑)’이다. 정치를[治] 돕는[資] 통시대적[通] 거울[鑑]이라는 뜻이다.
과거 통치 사례의 옳고 그름을 헤아려 현실 정치에 참고하라는 뜻의 제목이다.
우리 ‘동의보감(東醫寶鑑)’이라는 책 이름처럼 아예 ‘고귀한 거울’이라는
말로도 나온다. 점을 쳤던 거북 껍질을 인용해 귀감(龜鑑)이라고 적어 모범적인
대상을 이르기도 한다.
현대 중국에서는 아예 차감(借鑑)이라고도 쓴다.
남의 사례 등을 참고해 자신을 살피라는 권유다.
다른 사례에 견줘 비춰보고 즐기라는 감상(鑑賞)이라는 말,
잘 살펴서 판단을 하라는 단어 감정(鑑定)의 우리 쓰임도 제법 많다.
권력(權力)의 ‘권’은 본래 제 뜻대로 하는 임의(任意)와 자의(恣意)의 새김을 품은
글자다.그래서 권력을 쥔 사람은 잘못을 범할 때가 많다.
기울어가는 중국, 혼란스러운 한국의 모든 정치인에게 흥망성쇠를 비출 역사의
거울이 필요한 시절이다.
<조선일보 오피니언(유광종의 차이나 別曲)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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