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태풍(사라) 이야기

highlake(孤雲) 2019. 9. 6. 15:09


추석날과 태풍 '사라'

제 13호 태풍 링링이 발생하여 우리나라를 향해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북상하면서 점점 위력이 커진다고 하고 서해쪽으로 상륙할 것 같다고 한다.

많은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 걱정스럽다.

지금 같은 계절에 태풍이 오면 대체로 많은 피해를 입힌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과일들의 낙과나 나뭇가지에 찍히는 상처등으로 수확에 손실이 있고,

벼논에도 벼가 쓰러지거나 물에 잠겨 싺이 나거나 썩는등 농촌의 피해가

클 것 같아 걱정이다.

 

지금이 추석 무렵이라 옛날에 추석날 한반도를 강타한 사라호 태풍 때 생각이 난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내가 중학교 1학년일 때 였으니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이다.


                     1959년 사라호 태풍 진로 (인터넷검색)


1959년 음력 8월15일 (양력 9월 17일) 추석날 아침에 듣도 보도 못한 태풍에

엄청난 바람과 비가 쏟아져 추석 차례를 지낼 엄두를 내지 못한 일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내가 살았던 시골에는 전기도 없었고 TV는 말할 것도 없고

라디오도 일본에 친척이 있거나 해방되어 귀국하면서 가지고 나온 집에서나

구경해 볼 정도로 귀해서 기상정보라는 건 전혀 알 수 없었기에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렇게 엄청난 비 바람을 만났으니 아마 전국적으로는

엄청난  피해가 났을 것이다.


그 당시의 태풍의 진로를 보면(인터넷 검색) 전남목포 근방으로 상륙을 하였는데

태풍의 회전우측에 있는 경상남북도가 더 큰 비바람을 당하게 되었다.


           사라호 태풍의 피해 자료사진 (인터넷 검색)


내가 살았던 집은 초가집이라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나는 아버지가 6.25 한국전쟁 중 전사하고 계시지 않아 어머니와 둘이서 발만

동동거리고 있는데, 옆에 살고 계시던 큰 아버지께서 제수 혼자 사는 작은집이

걱정이 되어 비를 맞고 오셔서 급한대로 새끼줄을 들고 큰아버지와 어머니가

지붕으로 올라가서 어떻게 임시 방편이라도 해 볼 양으로 올라가셨고

나는 밑에서 사다리를 붙들고 안간힘을 쓰면서 버텨 보았지만 야속한 바람에

그만 지붕이 날아가도 말았다.


그 당시에는 큰아버지와 어머니는 내외가 분명한 사이이건만 물에 빠진 새앙쥐

처럼 체면이 말할 수없는 몰골로 얼마나 쑥스러웠을지 아무런 말씀도 없이

큰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망연자실 멍하게 지붕이 없는 흙집에 비는 또 얼마나

퍼부었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비에 젖은 짚이 엄청 미끄러운데 잘 못하여 미끄러지기라도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정말 아찔하다.


그렇게 난생 처음으로 엄청난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고 허물어진 집에 새로 흙을

바르고 아쉬운대로 짚으로 이엉을 엮어 지붕을 덮어 수리를 하고 살다가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시골집과 몇마지기 되지않은

논 밭을 정리하고 부산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현재까지 살고 있으며

내 어머니는 오래전에 돌아가시고 안 계신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태풍 링링이 한반도로 올라오고 있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옛날 어릴 때 생각이 나서 잠시 옛 어른들까지 떠 올리며 추억에 젖어 보았다.


그 어른들이 돌아가신 연세보다 지금 내가 더 많은 늙은이가 되었지만,

많이 그립고 정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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