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 신달자
비밀번호를 누르면 스르르 문이 열리는
최신식 문
그것도 촌스럽다며 지문만 슬쩍 대면 네 네 네 하며
자르르 열리는 최고급 문
그것도 번거롭다며 "나야" 목소리만 감지해도
이제는 제왕처럼 문이 열린다
그렇지 이제는 문 앞에 주인이 서면
냄새를 훅 하고 맡는 순간에 철커덕 문이 열리는
날이 바로 내일이지
그러나 나는 우둔한 것이 좋다
피로에 지친 손으로 벨을 누르면
얼른 달려와 미소로 열어 주는
사람의 목소리와 사람의 손으로 반기는 따뜻한 문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정강이 밑까지만 가린, 밤낮 열어 두는
외갓집 정 깊은 사립문이거나.
<옮겨 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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