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世說新語

석복수행(惜福修行)

highlake(孤雲) 2013. 8. 28. 17:06

송나라 여혜경(呂惠卿)이 항주 절도사로 있을때

대통선사(大通禪師) 선본(善本)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선사가 말했다.

 

 

'나는 그대에게 출가해서 불법을 배우라고 

권하지는 않겠다. 단지 복을 아끼는 수행을 하라고 권하겠다.

석복수행(惜福修行) : 복(福)을 아끼는 수행이란 현재 누리고 있는

복을 소중히 여겨 더욱 낮추어 검소하게 생활하는 태도를 말한다.

 

 

송나라때 승상 장상영(張商英)이 말했다.

일은 끝장을 보아서는 안되고 세력은 온전히 기대면 곤란하다

말은 다해서는 안되고 복은 끝까지 누리면 못쓴다.

공여일록(公餘日錄)에 나온다.

 

송나라때 진박(陳博)도 사우재총설(四友齋叢設)에서

'마음에 드는 곳은 오래 마음에 두지말고 뜻에 맞는

장소는 두번 가지마라'

비슷한 취지다. 한껏 다 누려 끝장을 보려들지 말고

한자락 여운은 아껴 남겨 두라는 뜻이다.

 

명나라 진계유(陳繼儒)의 말은 이렇다.

'나는 본래 박복(薄福)한 사람이니 마땅히 후덕한 일을 행해야하리,

나는 본시 박덕(薄德)한 사람이라 의당 석복의 일을 행해야겠다.'

미공십부집(眉公十部集)에 나온다. 일은 통쾌할때 그만 두어야한다.

그래야 인생이 적막함을 면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조화를 능히 부릴 수 있다.

 

말은 뜻에 찰때 멈추어야한다.

몸을 마치도록 허물과 후회가 적을뿐더러 취미가 무궁함을 느낄 수 있다.

소창청기(小窓淸記)의 말이다.

 

끝장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세상에서 멈추고 덜어내는 석복의 뜻이 깊다.

 

                                  (조선일보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