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世說新語

노다정산(勞多精散)

highlake(孤雲) 2013. 5. 29. 15:20

노다정산(勞多精散)
 

눈은 육신의 거울이다.
귀는 몸의 창문이다.
많이 보면 거울은 흐려지고
많이 들으면 창문이 막히고 만다.
얼굴은 정신의 뜨락이다.
머리카락은 뇌의 꽃이다.
마음이 슬퍼지면 얼굴이 초췌해지고
뇌가 감소하면 머리카락이 하얘진다.
정기(精氣)는 몸의 정신이다
밝음은 몸의 보배이다
노고가 많으면 정기가 흩어지고(勞多精散)
애를 쏟으면 밝음이 사라진다.


즉:
눈을 많이 쓰면 흐려지고
귀를 혹사하면 소리가 안들린다.
흐려진 거울을 닦고 막힌 창문을 열려면
자주 눈을 감고 귀를 닫아야한다.
얼굴은 정신의 뜨락이다.

표정만 봐도 그 사람의 내면이 다 보인다.
슬픔은 낯빛을 초췌하게 만들고
기쁨은 얼굴빛을 환하게 해준다.
머리카락은 두뇌에 뿌리를 두고
두피로 솟아나온 꽃이다.
젊을 때는 검고 윤기 나다가 늙어 뇌에 영양공급이
제대로 안되면 머리카락도 따라서 하얘진다.
정기는 몸을 지키는 신명이다.
현명함은 몸을 붙드는 보물이다.
몸을 너무 혹사하면 정기가 흩어져 넋나간 사람이 된다.
무얼 이루려고 과도하게 애를 쓰면
내 안의 밝음이 사라져 보물이 간데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말을 적게해서 내기(內氣)를 기르고
색욕을 줄여서 정기를 길러라.
자미(滋味)를 박하게 해서 혈기를 기르고
침을 삼켜서 장기(腸氣)를 길러라.
성냄을 경계하여 간기(肝氣)를 기르고
음식을 좋게 해서 위기(胃氣)를 기르며,
생각을 적게 해서 심기(心氣)를 길러라.


즉:
말이 많으면 기운이 흩어진다.
색욕에 빠지면 정기가 녹는다.
재미에 탐닉하면 혈기가 동한다.
고인 침을 삼켜야 장의 기운이 활발해진다.
자주 성을 내니 간을 상한다.
음식조절을 잘해야 위장에 무리가 없다.
쓸데없는 생각을 줄일 때 안에 기운이 쌓인다.


적게하고 줄여야 한다고 그렇게 가르쳐도
세상은 더 갖고 다 가지려고만 한다.
모든 문제가 여기서 생긴다.

                                           (명나라 왕상진의 日省格言錄)

                                                               - 조선일보 정민의 世說新語 중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