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나락논 옆으로
신작로가에 코스모스가 하늘 하늘 피어 있고,
알알이 영그는 수숫대 끝에는
빨간 고추잠자리가 졸고 있는 한가로운 오후,
하늘에는 구름마저 아름다운
가을 들녁에서
그 때 그 소녀를 가만히 떠 올려 봅니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볼 길 없는
내 마음속의 그 소녀의 모습
아마 지금 쯤엔 손자 손주들 품에 안고 곱게 늙어 있겠지.
아름다운 추억속으로 잠시 잠겨봅니다.
그 때도 지금처럼
코스모스가 피는 계절에
꽃보다 더 예쁜 단발머리 소녀를 만났습니다.
숨이 막히고 심장이 콩닥거려
차마 얼굴도 보지 못할 만큼
눈부시게 예쁜 그 소녀,
만날때는 가슴뛰고 숨 막히는 기쁨이었고,
헤어질 땐 아쉬워 다음을 언약하고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안타까웠던 그녀와의 만남
그렇게 천일 정도나 만났지만,
그걸 사랑이었다고
그런 가슴 벅찬 말조차도 할 수는 없는,
순수한 만남이었습니다.
그러다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채.
어쩌다,
무엇때문에,
왜 연락이 끊어지고,
헤어지자는 말도 없이
그렇게 이별을 하고 말았는지,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는 알 수도 없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첫사랑이었던가 봅니다.
그렇게도 어리석기만 했던
그 지난날이
가슴을 또 먹먹하고 아리게 합니다.
이제는 늙어
내 모습도 많이도 변했고,
몸도 의지대로 가눌 수 없어,
다만 기억속에만,
추억 속에만,
그 때 그 모습으로,
고이 담아두고 마음으로만 만나 봅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예뻤던 모습 그대로 곱게 늙은,
아름다운 할매가 되어있을.......
많이 보고싶어도 그냥 참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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