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몰랐습니다.
내 몸을 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제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는 나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는것 말입니다.
지난 날 재활치료를 받던 때의 생각이 납니다.
치료실이나 병실에서 마음과 같지 않은 몸으로 힘들어하는 환우들을
많이 보면서 나는 이렇게 두 팔이라도 자유롭게 쓰는데,
양팔도 손도 못 쓰는 저이는 어찌 저리도 밝고 쾌활한지
늘 웃으며 잘 지냅니다.
나라면 아마 절망에 빠져 있을텐데 참으로 신기합니다.
밥 먹고 똥.오줌 싸는 일조차 보호자(아내) 도움 없이는 못하면서
목 디스크 수술 중 의료사고라는데,
운명이라 체념이라도 한 건지 소송같은 건 하지도 않고,
그래도 다행인 것은 걸어 다닐 수는 있어서 아침저녁 아내와 손 잡고
공원으로 산책을 다니며 저렇게 웃고 지내는 것을 보며
나는 그래도 양 팔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또 다른 저 젊은이는 교통사고로 목을 다쳐 다리 뿐 아니라 팔도 못 쓰고
오로지 아내가 안아 침대에 올리고, 눕히고, 먹이고, 씻기고, 옷 갈아 입히고...
그 무엇도 혼자서는 못하는 저런 삶도 있습니다.
재활 치료 시간이 아니면 저렇게 병상에 누워 하염없이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저 젊은이는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지.....
결혼 초에 저렇게 남편 병간호하는 저 젊은 여인은 어쩌라고........
신앙의 힘인가? 열심으로 남편을 보살피고 있습니다.
저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다행인지
혼자서 일어나고, 혼자서 휠체어에 옮겨 앉고, 세수도 스스로 할 수 있고,
밥도 혼자서 먹고,이도 혼자서 닦고,소변도 혼자서 처리하고....... .
책도 읽고,글도 쓰고,걷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팔이라도 흔들어 운동도 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많은데, 이만하면 나는 그래도 행운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나역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습니다.
아내에게 많은 걸 도움받고 있습니다.
그런 아내에게 정말 고맙고 미안하지만,
아직 별로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부부간에는 고맙다 미안하다 하는 말보다 사랑한다는 말이 더 아내를 힘나게
하는 말이라고는 하지만, 사랑한다는 말도 쑥스러워 못 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간호사이고, 간병인이고, 엄마같은 소중한 사람인데도 말입니다.
오로지 나만 생각하고, 내 아픔만 생각했지 아내의 수고는 헤아리지 못하고
오직 제몸만 생각하는 사람 또 있을까싶기도 합니다.
어쩌다 아내의 짜증스런 한마디에 야속한 생각만 드는 이 마음은 어찌해야 할까요?
힘들어 하는 아내를 이해하고 감사해야 할 줄 알지만 내생각만 하고 있으니.....
지금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비교적 잘 되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장애인이 외출을 한다는 건 많은 부담과 제약이 따릅니다.
그래서 아내를 위해 근사한 곳에서 외식이라도 하고,
극장에서 영화라도 같이 보려해도 밖으로 나간다는 커다란 부담에
마음이 그냥 쪼그러 들기만 합니다.
최소한의 인간 구실을 하며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지만 그건 그냥 마음뿐
현실의 벽앞에 쉽게 좌절을 합니다.
그렇지만,
올해가 저물기 전에 꼭 아내와 근사한 식사와 그윽한 향기나는 원두커피
한잔을 나누며 고생한다. 고맙다. 미안하다.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표충사경내에서 손주와 -
201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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