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스크랩

무례(無禮)

highlake(孤雲) 2022. 10. 6. 12:55

우리가 살아가면서 예(禮)를 지키며 산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예(禮)라는 말은 웃어른을 존경하고 따르며 아랫 사람에게 사랑으로

대하며 그 인격을 존중하는 등 일상에서 지켜야할 도덕률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늘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며

살아야한다. 지위가 높거나 지도자의 위치에 있으면 오만하거나 무례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전 대통령이 '...대단히 무례(無禮)하다'는 말을 하셨다는 보도에 높으신

분들이 이를 놓고 설왕설래 언쟁이 대단하다.

신문에 예(禮)에 관한 이런 글이 있어 여기에 옮겨 본다.

 

예(禮)에는 크게 두 가지 용례가 있다. 행례(行禮)라고 할 때의 예는

예법이나 에티켓을가리킨다. 가례(家禮)나 상례(喪禮)가 그것이다.

반면에 지례(知禮), 예를 안다고 할 때는 예법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일의 이치를 안다는 뜻이다.

나아가 공자는 예를 치사(治事), 즉 일을 제대로 처리한다는 동사로

풀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에서 서면

조사를 통보받자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맥락으로

보면 둘 다 가능하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가 아니라는 건데 이미 전직

대통령들 중에 감사원 대면조사를 받은 사례들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예가 아닌 것은 아니다.

두 번째로 자신에 대한 조사 통보는 일의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인데

일의 이치로 보자면 이 사건에 대한 조사는 늦었지만 예에 맞을 뿐만

아니라 법에도 맞는 일이다.

이상하게도 이 땅의 좌파 세력들은 조선 시대 봉건적 어휘를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특권 의식에 젖어있지 않고서는 결코 내뱉을
수 없는 어휘들이다.

‘예기(禮記)’에서 말하는 예를 짚어본다.

“예란 가깝고 먼 것을 정하는 것이며 미심쩍고 의심스러운 것을 결단하는

것이며 같은 것과 다른 것을 구별하는 것이며 옳고 그른 것을 밝히는 것이다.”

“예란 스스로 낮추고 남을 존대하는 것이다. 비록 등짐을 짊어진 천한

자라도 반드시 존경할 점이 있다.”

“부유하고 귀하면서도 예를 좋아할 줄 알면 교만하지 않고 도리를

어지럽히지 않는다.”

 

이번에는 문 전대통령 측근들이 새겨야 할 말이다.

“임금을 섬길 때 면전에서 허물을 직간하는 일은 있어도 허물을 숨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예(禮)다.

 

상황에 맞지도 않게 예라는 말을 끌어다 쓰는 것,

이것이 바로 무례(無禮)이자 비례(非禮)라 하겠다.

       

                    <조선일보 오피니언(이한우의 간신열전)중에서 옮김>

 

'신문 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웃기는 아들  (0) 2022.10.25
성기사(省其私)  (0) 2022.10.20
바람을 나타내는 한자  (2) 2022.09.23
바람의 이름  (0) 2022.09.23
지나친 내일 걱정이 오늘을 힘들게 한다  (0) 2022.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