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모음 498

한 세상 살다 갈 이 소풍길

와서는 가고 입고는 벗고 잡으면 놓아야 할 윤회의 이 소풍길에 우린 어이타 깊은 인연이 되었을꼬 봄날의 영화 꿈인듯 접고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할 저 빤히 보이는 길 앞에 왜 왔나 싶어도 그래도 아니 왔다면 많이 후회 했겠지요 노다지처럼 널린 사랑 때문에 웃고, 가시처럼 주렁한 미움 때문에 울어도 그래도 그 소풍 아니면 우린 어이 정다운 인연이 맺어졌겠습니까 한 세상 살다 갈 이 소풍길 원없이 울고 웃다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더 낫단 말 빈말이 안 되게 말입니다. 우리 그냥 어우렁 더우렁 그렇게 더불어 즐기며 살다가 미련없이 소리없이 그냥 훌쩍 떠나 가십시다요. -- 만해 卍海 --

詩 모음 2022.08.27

여인숙-잘랄웃딘 루미

여인숙 / 잘랄웃딘 루미 인간이란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찿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거나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당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들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詩 모음 2022.08.12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 이 해 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詩 모음 2022.07.01

오월/피천득

오월五月 /피천득 신록을 바라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듯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물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은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詩 모음 2022.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