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모음 511

포기하지 말라

포기하지 말라  때로 그렇듯이 일이 잘못될 때터벅터벅 걷는 길마다 오르막으로 보일 때돈은 떨어지고 빚만 쌓여갈 때그리고 웃고 싶어도 한숨만 나올 때근심이 당신을 짓누를 때쉬어야 한다면 쉬더라도, 포기하지는 말라 우리 모두가 때때로 터득하듯삶이란 얽히고설킨 참으로 묘한 것그리고 손만 뻗으면 잡을 것 같아도실패할 때가 많은 법너무 느린 듯 보여도 포기하지는 말라 어느 날 갑자기 성공할 수도 있으리니성공은 실패 속에서 나타나는 것의심의 구름에서 퍼져나오는 은빛그리고 가까이 있어도 알 수가 없으니아득한 듯 보여도 곧 다가갈 수 있으리니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싸워나가라아무리 일이 잘못되어가는 듯 보여도포기하지는 말라            - 글 쓴이 모름 -

詩 모음 2024.05.23

누에/나희득

누에  세 자매가 손을 잡고 걸어온다 이제 보니 자매가 아니다꼽추인 어미를 가운데 두고두 딸은 키가 훌쩍 크다어미는 얼마나 작은지 누에 같다제 몸의 이천 배나 되는 실을뽑아낸다는 누에,저 등에 짊어진 혹에서비단실 두 가닥 풀려나온 걸까비단실 두 가닥이이제 빈 누에고치를 감싸고 있다 그 비단실에내 몸도 휘감겨 따라가면서나는 만삭의 배를 가만히 쓸어안는다            -나희덕(1966~) 저쪽에서 이쪽으로 세 여성이 나란히 다정하게 걸어온다. 언니와 여동생 사이인 듯 보였으나 가까이 다가왔을 때에 보니 어머니와 두 딸이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가운데에 모시고 걸어오는 두 딸은 어느덧 다 성장했다. 시인은 이 셋 사이가 비단실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누에가 실을 토해 둥근 고치를 만들어내듯이 어..

詩 모음 2024.05.21

생(生)의 목표(目標)

생(生)의 목표(目標)                                    ▪️이해인▪️  인생(人生)의 7할(割)을 넘게 걸어왔고 앞으로의 삶이 3할도 채 안 남은 지금ᆢ  내 남은 생(生)의 목표(目標)가 있다면그것은 건강(健康)한 노인(老人)이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늘어나는검버섯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옷을 깔끔하게 입고 남의 손 빌리지 않고내 손으로 검약(儉約)한 밥상을 차려 먹겠다.  눈은 어두워져 잘 안보이겠지만보고 싶은 것만 보는 편협(偏狹)한 삶을 살지는 않겠다.  약(弱)해진 청력(聽力)으로 잘 듣진 못하겠지만 항상(恒常) 귀를 열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따뜻한 사람이 되겠다.  성한 이가 없어 잘 씹지 못하겠지만,꼭 필요(必要)한 때만 입을 열며  상처(傷處) 주는 ..

詩 모음 2024.04.30

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

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 나태주 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 아무 것에게나 함부로 맡기지 말아라 술한테 주고 잡담한테 주고 놀이한테 너무 많은 자기를 주지 않았나 돌아다 보아라. 가장 나쁜 것은 슬픔한테 절망한테 자기를 맡기는 일이고 더욱 좋지 않은 것은 남을 미워하는 마음에 자기를 던져버리는 일이다 그야말로 그것은 끝장이다 그런 마음들을 모두 거두어 들여 기쁨에게 주고 아름다움에게 주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마음에게 주라 대번에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세상은 젊어지다 못해 어려질 것이고 싱싱해질 것이고 반짝이기 시작할 것이다 자기를 함부로 아무것에나 주지 말아라 부디 무가치하고 무익한 것들에게 자기를 맡기지 말아라 그것은 무익한 일이고 눈 감은 일이고 악덕이며 죄 짓는 일이다 가장 아깝고 소중한 것은 자기..

詩 모음 2024.03.10

산수유 꽃 진 자리 - 나태주

산수유 꽃 진 자리 나태주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누구에겐가 말해주긴 해야 했는데 마음 놓고 말해줄 사람 없어 산수유 꽃 옆에 와 무심코 중얼거린 소리 노랗게 핀 산수유 꽃이 외워두었다가 따사로운 햇빛한테 들려주고 놀러온 산새에게 들려주고 시냇물 소리한테까지 들려주어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차마 이름까진 말해줄 수 없어 이름만 빼고 알려준 나의 말 여름 한 철 시냇물이 줄 창 외우며 흘러가더니 이제 가을도 저물어 시냇물 소리도 입을 다물고 다만 산수유 진자리 산수유 열매들만 내리는 눈발 속에 더욱 예쁘고 붉습니다.

詩 모음 2024.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