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모음 498

플랑드르 들판에서

플랑드르 들판에서 - 존 매크레이 플랑드르 들판에 양귀비꽃이 피었네 줄줄이 늘어선 우리들 자리를 표시한 십자가들 사이로 하늘에선 종달새 날며 힘차게 노래하지만, 지상의 총소리에 묻혀 드문드문 들릴 뿐. 우리는 이제 죽어 지상에 없네. 불과 며칠 전까지 우리는 살아서 새벽을 느꼈고 불타는 석양을 보았지 사랑했고 사랑 받았고 그러나 이제는 누워있네. 플랑드르 들판에. 우리가 벌였던 적과의 싸움을 이어주게 죽어가며 우리가 이 횃불을 그대들에게 던지네. 그대 손으로 높이 들기를 그대들이 목숨바친 우리의 신의를 저버린다면 우리는 잠들지 못하리 비록 양귀비꽃 필지라도 플랑드르 들판에. 參考 : 캐나다의 군의관이자 시인인 존 매크레이(1872~1918)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과 독일군이 처절한 전투를 벌였던 벨..

詩 모음 2023.12.21

인생은 구름이고 바람인 것을

인생은 구름이고 바람인 것을 - 이해인 - 누가 날 더러 청춘이 바람이냐고 묻거든 나, 그렇다고 말하리니 그 누가 날더러 인생도 구름이냐고 묻거든 나, 또한 그렇노라고 답하리라 왜냐고 묻거든 나, 또 말하리라. 청춘도 한 번 왔다 가고 아니오며 인생 또한 한 번 가면 되돌아 올 수 없으니 이 어찌 바람이라 구름이라 말하지 않으리오 오늘 내 몸에 안긴 겨울 바람도 내일이면 또 다른 바람이 되어 오늘의 나를 외면하며 스쳐가리니 지금 나의 머리 위에 무심히 떠가는 저 구름도 내일이면 또 다른 구름이 되어 무량세상 두둥실 떠가는 것을 잘 난 청춘도 못 난 청춘도 스쳐가는 바람 앞에 머물지 못하며 못 난 인생도 저 잘 난 인생도 흘러가는 저 구름과 같을진대 어느 날 세상 스쳐가다가 또 그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

詩 모음 2023.11.23

단풍 너를 보니

늙기가 얼마나 싫었으면 가슴을 태우다 태우다 이렇게도 붉게 멍이 들었는가 한창 푸르를 때는 늘 시퍼를 줄 알았는데 가을바람 소슬하니 하는 수 없이 너도 옷을 갈아 입는 구나 붉은 옷 속 가슴에는 아직 푸른 마음이 미련으로 머물고 있겠지 나도 너처럼 늘 청춘일 줄 알았는데 나도 몰래 나를 데려간 세월이 야속하다 여겨지네.... 세월 따라가다 보니 육신은 야위어 갔어도 아직도 내 가슴은 이팔 청춘 붉은 단심인데 몸과 마음이 따로 노니 주책이라 할지 몰라 그래도 너나 나나 잘 익은 지금이 제일 멋지지 아니한가 이왕 울긋불긋 색동옷을 갈아 입었으니 온 산을 무대 삼아 실컷 춤이라도 추려무나 신나게 추다 보면 흰 바위 푸른 솔도 손뼉 치며 끼어 들겠지 기왕에 벌린 춤 미련 없이 너를 불사르고 온 천지를 붉게 활활..

詩 모음 2023.11.12

와서는 가고

와서는 가고 입고는 벗고 잡으면 놓아야할 윤회의 소풍길에 우린 어이타 깊은 인연이 되었을꼬 봄날의 영화 꿈인듯 접고 너도가고 나도 가야할 저뻔히 보이는 길 앞에 왜 왔나 싶어도 그래도 아니 왔다면 후회 했겠지요 노다지 처럼 널린 사랑 때문에 웃고 가시처럼 주렁한 미움 때문에 울어도 그래도 그 소풍 아니면 우린 어이 정다운 인연이 맺어졌겠습니까 한 세상 살다갈 이 소풍길 원없이 울고 웃다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 빈말이 안 되게 말입니다. 우리 그냥 어우렁 더우렁 그렇게 더불어 질기며 살다가 미련없이 소리 없이 그냥 훌적 떠나 가십시다 - 만해 -

詩 모음 2023.11.07

인생 고개 <詩庭박 태훈>

인생 고개 ​ 우리 즐기면서 이글을 음미 해 보세요~ ​ 우리 부부 40년넘게 살았습니다 ​ 결혼 생활이 편했느냐고 묻는다면 아닙니다 절대 고통 걱정 고뇌 연속이었습니다 아내나 남편이나 이혼은 생각도 안했습니다 ​ 살기 힘든 사람들이 헤어져 다시 다른 삶 산다고 해도 희망 같은게 안보입니다 ​ 결혼도 겨우 힘들게 했는데- 고개 고생 고개 ​ 힘든고개 눈물고개 한숨고개 그 고개 넘다보니 고생고개도 넘었나 봅니다 ​ 어차피 사는인생 고개 고개 고개뿐이더군요 서로 참고 고개 넘었으니 우리 자식들 지금 잘 살고 있습니다 ​ 고개 고개는 다넘어도 이 고개만 넘지 마세요 이혼 고개" 말입니다 ​ 누가 그러더라고요 서방도 본서방이 낫고 처도 조강지처가 최고라고 ​ 홧김에 이혼 고개 넘었더니 ​죽음 고개가 앞에서 기다..

詩 모음 202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