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생각 옛 생각 /장 현 기 따뜻한 봄날 햇빛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는 오후 배가 고파서 뱃속에서는 꼬르르륵 소리가 나오고 눈꺼풀이 스르르 감기며 졸음이 오는데 햇볕이 머물러 쉬고 있는 툇마루에 앉아서 안마당가에서 통통한 씨암탉이 꼬꼬꼬 꼬고 거리며 노오란 병아리들을 데리고 다니며 .. 詩 모음 2018.06.01
어미/조오현(무산스님) 어미/조오현 어미는 목매기 울음을 듣지 못한 지가 달포나 되었다. 빨리지 않는 젖통이 부어 온몸을 이루는 뼈가 자리다. 통나무 구유에 여물 풀냄새에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긴 널빤지를 죽죽 깔아서 놓은 마루에 갈대를 걸어 만든 자리도 번듯번듯 잘생긴 이집 가족들도 오늘은 꺼무.. 詩 모음 2018.05.31
네가 좋다 참말로 좋다 /용혜원 네가 좋다 참말로 좋다 / 용혜원 네가 좋다 참말로 좋다 이 넓디 넓은 세상 널 만나지 않았다면 마른나무 가지에 앉아 홀로 울고 있는 새처럼 외로웠을 것이다 너를 사랑하는데 너를 좋아하는데 내마음은 꽁꽁 얼어버린 것만 같아 사랑을 다 표현할 수 없으니 속타는 마음 어찌하나 모든 .. 詩 모음 2018.05.31
낮고 깊게,묵묵히 사랑하라/이정하 낮고 깊게, 묵묵히 사랑하라 / 이정하 낮고 깊게, 묵묵히 사랑하라. 깊고 참된 사랑은 조용하고 말이 없는 가운데 나오나니 진실로 그 사람을 사랑하거든 아무도 모르게 먼저 입을 닫는 법부터 배워라. 말없이 한 발자국씩. 그가 혹시 오해를 품고 있더라도 굳이 변명하지 마라. 그가 당신.. 詩 모음 2018.05.30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공지영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 공지영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문득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 詩 모음 2018.05.20
봄볕/서정주 서정주 (1915~2000) 추위 견디던 참담한 회색빛 정원의 물건들이 이제 다들 제 물색을 갖추어서 치렁치렁합니다. 곧 붉은 장미가 담장을 둘러 피어나면 오월 녹음의 난만함도 붉은빛을 더해 적당히 긴장할 겁니다. 이 찬란한 때에는 뜰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저 깊이깊이 숨겼던 부끄러운.. 詩 모음 2018.05.15
참외를 사는 계집/함석헌 참외를 사는 계집 / 함석헌(咸錫憲) 꽃 쓰러진 배꼽 달고 줄기 달린 꼭지 쓴 줄을 배꼽 줄 떨어진 날부터 먹어 알아온 참외를 "이 참왼 꼭지에 갈수록 더 달다" 하는 "참외 참외" 하며 말 파는 사내 말 곧이 사 대가리 같은 박참외를 한 입 또 한 입 싱겁게 다 먹었구나 남의 말 믿고 맛을 따.. 詩 모음 2018.05.15
당신의 가슴에 심은 나무/양정훈 당신의 가슴에 심은 나무 / 양정훈 아무리 사람을 믿지 못해도 그의 가슴에 나무를 심을 수 없다고는 말하지 마라. 사랑이 다 지고 아무 것도 남을 게 없다고 슬프지도 마라. 당신이 사막이 되지 않고 사는 것은 누군가 당신의 가슴에 심은 나무 때문이다. - 양정훈의《그리움은 모두 북유.. 詩 모음 2018.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