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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장자, 비희(贔屭)

음력설이 지났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갑진(甲辰)년 청룡의 해가 시작되었다. 한중일은 ‘용 문화권’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용을 특별한 존재로 대한다. 용 하면 출세를 떠올리는 것도 이러한 문화권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출세를 위해 통과해야 하는 어려운 관문을 ‘등용문’이라고 하고, 열악한 환경을 뚫고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개천에서 용 나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용에게는 아홉 자식이 있다는 ‘용생구자(龍生九子)’ 전설이 있다. 이들은 전통 사회의 관혼상제나 문학, 건축 등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기능하였고, 현대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그중에 비교적 잘 알려진 용자(龍子)는 맏이에 해당하는 ‘비희(贔屭)’다. 외모는 거북을 닮았고, 등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것을 마다 않는 성격으로 묘사되는 이 영물..

신문 스크랩 2024.02.16

‘경기(景氣)’와 ‘여기(戾氣)’

늘 강아지가 문제였을까. 이른바 ‘개’가 출현하는 한자가 많다. 그중에서도 개가 어디로부터 나가려고 하는 동작과 관련이 있는 글자가 우선 돌(突)이다. 구멍[穴]에서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개[犬]의 모습으로 급한 상황을 그렸다. 다음은 려(戾)라는 글자다. 문[戶] 아래 틈으로 개[犬]가 비집고 나가려는 모습을 그렸다고 푼다. 그로써 이 글자가 얻은 뜻은 ‘비틀어지다’ ‘어긋나다’ ‘뒤집히다’ 등이다. ‘여기(戾氣)’라고 적는 단어가 대표적이다. 이 말은 상황이 비틀어지거나 계속 어긋나다가 폭력적인 행위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한다. 동양 의료계에서도 곧잘 쓰는 말이다. 요즘 자주 사용치는 않으나, 어긋나고 비틀어진 상황을 괴려(乖戾)라고 했다. 폭려(暴戾)라는 말도 그런 기운을 지닌 사람 등..

신문 스크랩 2024.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