絶筆 절필
誤出風塵百不遭 오출풍진백부조
孤檣常怕惡波濤 고장상파악파도
鍊成丹鼎何曾試 연성단정하증시
斲堀靑萍竟自韜 착굴청평경자도
海上應須三島侶 해상응수삼도려
人間今落九牛毛 인간금락구우모
飄然此去空明界 표연차거공명계
銀闕浮雲萬丈高 은궐부운만장고
풍진세상 잘못 나와
잘 풀린일 하나 없고
험한 파도에 휩쓸릴까
돛단배처럼 겁을 냈네
신통한 단약 만들었어도
시험해 볼 길은 없고
청평검(靑萍劍)을 얻었어도
끝내 숨겨 두었다네
동해 바다 삼신산에서
벗이 오기를 기다리니
이제 나는 인간 세상을
구우일모(九牛一毛)로 하직하네
표연히 여기를 떠나
하늘로 올라간 뒤엔
은대궐에 뜬구름은
만 길 높이 솟아있으리
조선후기 문신 최성대(崔成大 1691~1762)의 절필시이다.
한 시댄의 빼어난 시인답게 좌절과 불운의 한평생을 한편의
시로 표현하고 떠났다.
이 세상에 온 것은 잘 못된 선택이었고,돛단배로 큰 바다 풍랑을
헤쳐가듯이 늘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정정껏 빚어놓은 능력을 써볼 데도 없이 사장시킨 인생이었다.
내 고향은 선계로 선인들이 왜 그렇게 사냐고 어서 오라 손짓한다.
이제 떠나고 나면 세상과는 영영 인연을 잇고 싶지 않다.
누군들 되돌아보면 화한이 남지 않는 인생이겠는가마는
그래도 너무 처연하다.
출처/조선일보 글쓴이/안대회 한문학교수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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