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스크랩

새는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

highlake(孤雲) 2014. 10. 31. 12:37


새들은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서다.
태풍이 불어와도 나뭇가지가 꺾였으면 꺾였지
새들의 집이 부서지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런 까닭이다.

 


그런데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지으려면 새들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바람이 고요히 그치기를 기다려
집을 지으면 집짓기가 훨씬 더 수월할 것이다.
나뭇가지를 물어오는 일도,
부리로 흙을 이기는 일도 훨씬 쉬울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좋지 않을 것이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지은 집은
강한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겠지만,
바람이 불지 않은 날 지은 집은
약한 바람에도 허물어져 버릴 것이다.
만약 그런 집에 새들이 알을 낳는다면
알이 땅으로 떨어질 수도 있고,
새끼가 태어난다면
새끼 또한 떨어져 다치거나 죽고 말 것이다.

새들이 나무에
집을 짓는 것을 보면 참으로 놀랍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집을 지을 수 있을까.
높은 나뭇가지 위에 지은 까치집을 보면,
그것도 층층이 ‘다세대 주택’을
지어놓은 것을 보면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래서 그 나무 또한 아름답다.

새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나무에 지을 수 있어서 좋고,
나무는 새들의 집들 때문에
자신들이 아름다워져서 좋다.
이 얼마나 사랑과 배려가 있는 조화로운 이타적 삶인가.

새들이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 것은
인간이 집을 지을 때 땅을 깊게 파는 것과 같다.
건물의 높이에 따라 땅파기의 깊이는 달라진다.
땅 파기가 힘들다고 해서
얕게 파면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다.
현재의 조건이 힘들다고 주저앉으면
미래의 조건이 좋아질 리 없다.


- 정호승 / 동아일보 컬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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