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미년 설날아침 -
조용하던 집이 왁짜지끌 정신없이 설날을 보내고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는
친정으로, 처가로, 외가로 떠나가고나니,
갑자기 텅빈 집이 되어버린 평온한 일상.....
혼을 빼앗길 만큼 혼란하던 잠시.....
그러나 이 보다 더 행복한 즐거움이 또 있을까?
내 아이들 키울 때는 예쁘고 귀여운줄도 모르고
말 안듣는다 나무라기 일쑤였고 매들고 혼내는
일이 더 많았던 기억밖에 없는데,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손자.손녀가 시샘으로
할배.할매를 차지하겠다고 야단이니 이보다
더한 행복이 무엇이 있겠는가?
이러니 늙은이 더 살고싶다는 이런 욕망을
단지 늙은이 노욕이라 할 것인가?
손은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말도 있지만,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법석을 떨다가 다들 흩어져
가고나면 재롱피우던 그 예쁘기만 한 그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고, 귓전에 이리도 생생한데,
다음에 또 언제 오려나 하루가 다가기도
전에 벌써 보고싶어진다.
내 지금의 이 건강이라도 유지하고 살아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새끼들
또 안고 볼에 부비고 싶다.
Spring Water/ Band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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