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塾中諸友課日次放翁韻
判知軒駟已無期 판지헌사이무기
耕讀營生計未非 경독영생계미비
肚慣果蔬嫌烈酒 두관과소혐열주
躬親畚鍤怕新衣 궁친분삽파신의
風薰猶有披襟爽 풍훈유유피금상
雨細纔成灑面霏 우세재성쇄면비
坐對佳辰慚俗陋 좌대가신참속루
傾村採艾日中歸 경촌채애일중귀
고관대작 되려던 꿈은 이제 아예 글렀으니
주경야독 생계를 꾸려 사는 것이 옳고말고.
나물에 길들여진 창자라 독한 술은 피하게 되고
삼태기에 삽질하는 몸이라 새 옷 입기 거북하네.
훈풍이 불어와도 옷깃을 헤치면 시원하고
이슬비가 뿌려도 얼굴이나 고작 적시네.
우두커니 좋은 철을 보내려니 비루한 풍속 부끄러워라.
온마을 사람들 쑥을 뜯어서 한낮에 돌아오네.
<황현(黃玹) 1855~1910>
구한말 시인겸 역사가인 매천 황현이 시골에 묻혀 지은 시로
되도 않은 꿈에 매달리느니 생계나 잘 꾸려야지 푸성귀에
막걸리 마시고 삽들고 흙묻은 옷이나 입는다.
바람 불면 옷을 벗고 비 뿌리면 얼굴에 맞는다.
단오라고 온 동네 사람들이 쑥개떡 해 먹으려는지 쑥을 뜯어 돌아온다.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한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