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스크랩

“손을 잡는다, 옛날엔 데이트 지금은 부축”

highlake(孤雲) 2024. 2. 22. 13:09

 

신문에 노인에 대한 이런 글이 있어 일부를 옮겨 임의 편집해 포스팅해 봅니다.

(글의 저자에게는 양해를 구합니다.)

 

.......前略

‘실버 센류’란 일본에서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의 주최로 2001년부터 매해 여는

센류 공모전의 이름이다.

실버(silver)는 ‘노년 세대’를 뜻하는 일본식 영어로 머리가 백발이 되는 것에서

따온 단어다. 일본 철도의 노약자석인 ‘실버 시트’가 어원이라고 한다.

실버 시트, 실버 에이지, 실버 인재 센터 등으로 쓴다.

뒤표지에는 이런 말이 있다.

“시리즈 누계 90만부 판매! 페이지마다 웃음이 터져 나오는 실버 센류 걸작선.”

편의상 시라고 했지만, 센류라는 장르다.

센류(川柳)는 5·7·5조의 음율을 가진 일본의 정형시로, 음율은 하이쿠와 같지만

하이쿠가 진지한 쪽이라면 센류는 더 경쾌함을 요구한다.

 

이 책이 일본과 한국에서 나오고, 베스트셀러가 된 걸 보면서 이제 ‘노인’이라는

소재가 주변에서 중심으로 들어왔다고 느꼈다.

현실 세계에서는 많은 노인을 매일 보지만 노인이 나오는 소설,

노인이 나오는 영화, 노인이 나오는 노래는 극히 드물었다.

 

우리는 노인이라는 누구나 거치는 인생의 필연적인 단계를 홀대하거나

모른 척해 왔다. 노인 인구에 비해 엄청난 불균형이다.

노인 인구 비율은 계속 증가해 2050년이 되면 40.1%, 2070년에는 46.4%가

된다고 한다. 물론 이 통계에 맹점은 있다.

 

노인의 기점을 65세 이상으로 잡고 있는데,

65세 된 분들이 자신을 노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에 경쾌한 글만 있는 건 아니다.

 

“일어나긴 했는데/잘 때까지 딱히/할 일이 없다”(사이타마현의 일흔세 살 남성)나

 

“연명 치료/필요 없다 써놓고/매일 병원 다닌다”(미야기현의 일흔 살 남성)에는

숙연해지고,

 

“물 온도 괜찮냐고/자꾸 묻지 마라/나는 무사하다”(기후현의 남성)나

 

“눈에는 모기를/귀에는 매미를/기르고 있다”(오사카의 예순일곱 살 남성)에는

여운에 잠긴다.

 

‘노인의 사랑은 노망’이라는 걸 전제로 쓴 글과 “사랑인 줄/알았는데/부정맥”이라는

표제작을 보고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늙었다고 해서 왜 사랑을 모르겠는가.

 

얼마전 80대 배우(강부자)가 피아노에 기대어 송창식의 ‘우리는’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가사를 일부 여기에 적는다.

 

 

“우리는 바람 부는 벌판에서도 외롭지 않은

우리는 마주 잡은 손끝 하나로 너무 충분한

우리는 우리는 기나긴 겨울밤에도 춥지 않은

우리는 타오르는 가슴 하나로 너무 충분한

우리는 우리는 연인.”

 

늙었다고 해서 이 노래에 아무런 느낌이 없겠는가.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노인의 사랑이 너무 오랫동안 억압되어 왔다고 생각했다.

           

 <조선일보 오피니언(한은형의 느낌의 세계)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