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어무이
일제 강점기
무자비한 일본에게 다 빼앗기고 수탈당해
먹을 것도 없고 입을 것조차 없는
헐벗고 굶주린 시기에 맺어진 두분의
인연으로 나도 세상에 나서 살아가게 해 주셨다.
그러다 내 아부지는
국방경비대에 자원 입대하여 군인이 되셨고.....
6.25 한국동란에
어느 전선인지. 어느 골짜기인지 알수 없는
이름모를 전장에 이슬처럼 쓰러져 가셨다.
지아비 없는 청상과부 내 어무이는
외롭고 힘든 고독한 세월
그 긴 세월을
눈물은 얼마나 흘리셨을 것이며
피땀은 얼마나 흘리셨을까?
달랑 남겨진
혈육 하나 그 자식 때문에
새 삶 찾아 떠날 수는 없어.....,
옷고름 적시며 베개 적신 세월은 또 얼마였을까?
그 자식 하나
먹이고 입히며 살기 바빠
그런저런 생각 날 겨를조차 사치였을까?
내 어무이 가실 때보다
내가 더 많은 세월을 살아보니
어무이의 그 긴 세월이 이제사 헤아려 진다.
못난 이 자식이 제몸 하나
간수치 못하고 망가뜨려 버렸으니.....
산소도 묘지도 없이 흔적이라곤
현충탑 벽면에 새겨놓은 내 아부지 이름 석자만 남았는데
이제 그 아래 엎드려 절 한번도 꽃 한송이도 갖다 놓지 못하는 몸,
홀로 계신 내 어무이 산소에 성묘도 못하는 몸이 되고 말았으니,
이 불효한 자식 내 죽어 내 아부지 내 어무이를 어찌 만나 뵐꼬......
아부지 어무이 용서를 빕니다.
못난 자식 오직 엎드려 통곡할 뿐입니다.
유월 현충일이 다가오니 아부지 어무이 생각이 더욱 간절하게 납니다.
- 2019.06.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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