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또 쓰보는 유월의 한(恨)

highlake(孤雲) 2019. 6. 5. 11:45


아부지 어무이



일제 강점기
무자비한 일본에게 다 빼앗기고 수탈당해
먹을 것도 없고 입을 것조차 없는
헐벗고 굶주린 시기에 맺어진 두분의 
인연으로 나도 세상에 나서 살아가게 해 주셨다.

그러다 내 아부지는
국방경비대에 자원 입대하여 군인이 되셨고.....


6.25 한국동란에
어느 전선인지. 어느 골짜기인지 알수 없는
이름모를 전장에 이슬처럼 쓰러져 가셨다.

지아비 없는 청상과부 내 어무이는
외롭고 힘든 고독한 세월
그 긴 세월을
눈물은 얼마나 흘리셨을 것이며
피땀은 얼마나 흘리셨을까?

달랑 남겨진

혈육 하나 그 자식 때문에
새 삶 찾아 떠날 수는 없어.....,
옷고름 적시며 베개 적신 세월은 또 얼마였을까?

그 자식 하나

먹이고 입히며 살기 바빠

그런저런 생각 날 겨를조차 사치였을까?

내 어무이 가실 때보다
내가 더 많은 세월을 살아보니
어무이의 그 긴 세월이 이제사 헤아려 진다.

못난 이 자식이 제몸 하나
간수치 못하고 망가뜨려 버렸으니.....

 
산소도 묘지도 없이 흔적이라곤
현충탑 벽면에 새겨놓은 내 아부지 이름 석자만 남았는데 
이제 그 아래 엎드려 절 한번도 꽃 한송이도 갖다 놓지 못하는 몸,


 홀로 계신 내 어무이 산소에 성묘도 못하는 몸이 되고 말았으니,
 이 불효한 자식 내 죽어 내 아부지 내 어무이를 어찌 만나 뵐꼬......

 아부지 어무이 용서를 빕니다.

 못난 자식 오직 엎드려 통곡할 뿐입니다.


  유월 현충일이 다가오니 아부지 어무이 생각이 더욱 간절하게 납니다.


                  -  2019.06.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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