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모음

5월의 고향/무불

highlake(孤雲) 2018. 5. 8. 11:00



5월의 고향 오솔길 돌아

걸으면

울타리 건너 냇가 논 두렁에
내 누나 적삼 처럼
하이얀 찔레꽃 이 향기롭다.

누나의 냄새는
늘 찔레꽃 향기였다.
무명 적삼에 길고긴 고운 머리. .
갓 피어난 찔레꽃 향기다.

눈 두렁 풀밭으로
새참 이고 덩실덩실 성큼성큼 걸어온다.

하얀나비 노랑나비
찔레꽃 향기에 취해 날개를 접는다.

천수답에 가둔 흙탕물에 개구리 싸움 벌어지고
민망 하도록 짝짓기를 멈추지 않는다.
심술굳은 나는 찔레꽃을 꺽어 그들에게 심통을 부려본다.

누나는 멋적게 나를 향해 나무란다.
그냥 - 그러지 말란다.

감나무 꽃을 꾀어서 염주를 만들어
내 목에 걸어준다.
모내기 직전 내 고향풍경은 늘 누나의 향기로 가득하다.
갓 캐어 삶아온 자주색 감자의 맛은 잊을 수 없다.

고향의 찔레꽃은.
그대로 인데
할머니가 되어버린 누나가 나는 아프다.
나는 누님 이라고 부르기 싫다.

청하하고 밝고 고운 누나는
고향처럼 내 가슴에 남은 유일무일한 향기다.
누나는
세월이 가도 변치 않는 찔레꽃 향기다.




출처/가장 행복한 공부/무불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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