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이해인 진달래 / 이해인 해마다 부활하는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네 가느단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상처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너는 보았니 봄마다 앓아 눕는 우리들의 지병(持病)은 사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한 점 흰 구름 스쳐.. 詩 모음 2018.03.18
3월/이상홍 3월 /이상홍 그 해 3월은 성급했고, 겨울은 초보운전처럼 더뎠다. 앞에 있는 게 늘 먼저 가는 것도 아니었다. 철없는 폭설에 강은 잠시 눈을 껌뻑거렸고 가석방된 붕어들은 씩씩하게 거리를 쏘다녔다. 여전히 양말도 못 신은 삼십 년 전 밤이 이름도 못 쓰는 바람들에게 얻어터졌고, 봄은 .. 詩 모음 2018.03.18
바위/유치환 바위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哀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 詩 모음 2018.03.05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김용택 詩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김용택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이 피어 산이 환하.. 詩 모음 2018.03.01
입전수수(入廛垂水) 입전수수(入廛垂手) / 조오연 생선 비린내가 좋아 견대(肩帶) 차고 나온 저자 장가들어 본처는 버리고 소실을 얻어 살아볼까 나막신 그 나막신 하나 남 주고도 부자라네. 일금 삼백 원에 마누라를 팔아먹고 일금 삼백 원에 두 눈까지 빼 팔고 해 돋는 보리밭머리 밥 얻으러 가는 문둥이여, .. 詩 모음 2018.02.28
기다림/정연복 기다림 /정연복 추운 겨울이 오면 따뜻한 봄을 기다립니다 겨울이 시작되면서부터 벌써 봄을 기다립니다 마음속으로 손꼽아 기다립니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봄에 대한 기다림도 깊어집니다 겨울의 끝이 저 멀리 있어도 기다림 속에 봄이 있어 아무리 추운 겨울도 견디어낼 수 있습니다 .. 詩 모음 2018.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