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이상홍
그 해 3월은 성급했고,
겨울은 초보운전처럼 더뎠다.
앞에 있는 게 늘 먼저 가는 것도 아니었다.
철없는 폭설에 강은 잠시 눈을 껌뻑거렸고
가석방된 붕어들은 씩씩하게 거리를 쏘다녔다.
여전히 양말도 못 신은 삼십 년 전 밤이
이름도 못 쓰는 바람들에게 얻어터졌고,
봄은 낚싯대를 뒷골목 전봇대처럼 세우고
얼음이 녹기만 기다렸다.
낚여야 할 것들로 물 속이 아찔아찔했으나
겁나게 투명한 모노필라멘트 줄과 무시무시한 미끼로
무장을 하고 있었지만
얼음 속으로 누구도 감히 대를 뻗지 못했다.
그 해,
더디게 발급된 3월이 헐레벌떡 강가로 나갔지만,
성급한 하늘만 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뿐
낚을 만한 것들은 물 속 어디에도 없었다.
<옮겨 온 글>
'詩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꽃편지/김용택 (0) | 2018.03.18 |
---|---|
진달래/이해인 (0) | 2018.03.18 |
너는 梅花가 되어라 (0) | 2018.03.11 |
강 가에서/김용택 (0) | 2018.03.11 |
바위/유치환 (0) | 2018.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