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어버렸습니다.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길에 나아갑니다.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내가 사는 것은, 다만,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1941. 9. 31. 걸음마 단계를 거친 후 모든 인간은 자신의 길과 마주하게 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해진 길이든 우연한 길이든,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걷는다. 김소월은 시 ‘길’에서 수많은 길이 갈라져 있지만 자신이 갈 길은 어디에도 없다고 탄식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