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옛길을 따르지 말라

highlake(孤雲) 2024. 1. 15. 12:30

 

서산 대사 휴정과 사명 스님이 첫 대면에서 주고받은 문답은 다음과 같다.

 

사명 스님이 법을 배우기 위해 묘향산으로 휴정 선사를 찾아갔다.

문안 인사를 드리고 나니 “어디서 오는고?” 하고 선사가 묻는다.

사명은 고개를 들어 선사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답한다.

 

“옛길을 따라 옵니다.”

 

이 말은 아득한 옛적부터 도(道)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수도승들이

스승을 찾았던 그 구도의 길을 따라왔다는 뜻이다.

선사는 앞산에서 메아리가 울릴 만큼 큰소리로 한마디 한다.

 

“옛길을 따르지 말라!”

 

선(禪)은 모방과 획일성을 배격한다.

사람은 저마다 업을 달리하면서 자기 삶을 살고 있는데,

어째서 남의 흉내나 내면서 범속하게 살려 하느냐는 것이다.

독창적인 자기 세계를 일깨워 개척하지 않고

남이 닦아 놓은 남의 길을 안이 하게 가려느냐는 질책이다.

 

선은 이처럼 모방과 획일성을 거부하는 대신

개인의 특성과 창의력을 존중한다.

두 사람의 석가나 똑같은 달마는 필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선은 인간의 내면에 있는 무한한 창조성에 몰입하여

없는 빛(無量光)과 한없는 목숨(無量壽)을 드러내는 일이다.

 

끝없는 빛은 지혜를, 한없는 목숨은 자비를 상징한 말,

그러므로 선은 그 어디에도 얽매이거나 거리낌이 없는 자유의 길이다.

 

진리를 찾는 나그네들이여!

저마다 자기 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지

모방과 획일적인 범속한 길을 따르지 말라.

남의 길을 따르지 말고 자기 길을 당당하게 가라.

 

발췌: 「서 있는 사람들」

출처: 월간 맑고 향기롭게 산방한담(山房閑談) 2020년4월

 

             <옮겨 온 글>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심(下心)하라  (0) 2024.01.20
인과의 모습  (0) 2024.01.16
극복해야 할 세 가지의 인생관  (0) 2024.01.07
자기암시(自己暗示)  (0) 2023.12.16
인간의 어리석음  (0) 2023.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