難得糊塗(난득호도) 란 어수룩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말은 옛날 중국 산둥 지방에서 벼슬을 하고 있던 판교 정섭(板橋 鄭燮 1693`1765)이
만난 호도노인(糊塗老人)이라는 숨어 사는 옛 고관의 비범함에 놀라 지은 글이다.
판교가 하루는 내주 지방의 거봉산을 찾았다.
육조시대에 세워진 정문공비(鄭門功碑)를 찾기위함이었다.
가다가 시간이 늦어 산속에 있는 모옥(茅屋)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는데,
모옥의 주인은 유생(儒生)의 티가 나는 노인으로 스스로를 호도노인이라고 했다.
모옥에는 네모난 탁자 만큼이나 크고 좋은 돌에 조각을 잘 새긴 벼루가 있었다.
판교는 좋은 벼루를 보고 크게 감탄하였다.
다음날 아침 그 어수룩한 노인은 판교에게 벼루에 새기기 좋은 글을 하나 써달라고 하였다.
판교는 즉석에서 '난득호도'라는 네글자를 먼저 쓰고 이어 다음과 같은 글을 써 남겼다.
聰明難 糊塗難
由聰明而轉入糊塗更難
放一着退一步當下心安
非圓後來福報也
(총명하기도 어렵고 어수룩하기도 어렵다
총명한 사람이 어수룩하기는 더 어렵다
한 생각을 버리고 한 걸음 물러서면 마음이 편안해 지리니
도모하지 않아도 나중에 복된 응보가 올 것이다.)
이후 '난득호도'는 판교의 좌우명이 되었고 이글을 자신의 독특한 서체로 써서
책상 머리에 붙여 놓았다고 한다.
이 글을 일고 내가 살아 온 지난 세월이 어쩌면 참으로 어수룩했구나는 생각으로
한 때 '호도노인'이라는 글귀를 좋아해 別號로 불러볼까 했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호도노인'이라는 말은 모옥에 숨어 어수룩하게 살아가는
달관한 노인이라는 뜻인데,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 생각되어 생각을 접었다.
그리고 지금은 病든 몸에 그 많던 친구 하나 둘 떨어져 나가고, 찾는 이도 없이 홀로
외롭고 쓸쓸한 老年을 하릴없이 바다 위에 떠있는 구름이나 보며 歲月을 보내는 늙은이
즉 (孤)獨 하게 구름(雲)을 즐긴다는 의미로 號를 孤雲으로 혼자서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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