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史를 넘어' 라는 책을 읽다가 <歲寒圖>를 보고 옮겨 봅니다.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1786~1856)는 명문가에 태어나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좋은
교육을 받으며,과거에 급제해 벼슬길에 나아가 처음에는 순탄한 관운을 타고 승승장구
하였으나 당쟁과 당파의 소용돌이에 휘둘려 만년에는 정치적 삶 분만 아니라 그의 모든
삶이 불운에 빠지게 된다. 제주도에서 9년,함경도 북청에서 2년의 귀양살이를 하면서
그는 좌절과 고독과 절망의 수렁에 빠졌다.추사는 궁핍하고 외로운 제주도 귀양살이를
통하여 권력과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오로지 학문과 예술에 혼신을 기울여 어려움을
극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 <歲寒圖>는 추사가 59세 때인 1844년에 그린 작품으로
귀양살이의 어려웠던 생활과 심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림의 구도는 단순하다,
천지가 백설로 덮인 겨울 벌판에 납작한 토담집이 한 채 있고,그 양쪽에는 소나무와 잣
나무 네 그루만 담백하게 먹으로 그려져 있다.추사가 제주도로 유배되자 그간 왕래하던
사람들 대부분 발길을 끊었다. 그러나 유독 그의 제자 우선이상적(藕船 李尙迪,1804~
1865)만이 사제간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스승을 위하여 꾸준히 책을 구해 보내는 등
정성을 다하였다. 이상적은 역관출신으로 베이징에 여러차례왕래를 하였으며,시문에
능하여 중국의 문사들과 교류가 깊었다. 추사는 유배 5년째인 1844년 제자에게서 책을
받고,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歲寒圖 세한도>를 그려 편지와 함께 전한다.
편지를 책에서 옮김
편지는 지난해에는 晩學과太雲 두책을 보내주더니 올해는 藕耕과 文編을 보냈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이 아닌데 천만리 먼 곳에서 여러해에 걸처 구했을 것이네
세상 사람들은 오직 권세와 이익만을 쫒는데,심력을 다해 구한 귀한 책을 권력
있는 사람에게 주지 않고, 바다 밖의 초췌하고 여윈 사람에게 주니,세상 사람들이
권세와 이익을 추종하는 듯 나를 따라주는 구나. -이하 생략 -
추사가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써 하였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심정의 요체는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歲寒然後知松柏之後淍也"(세한연후지송백지후주야 : 날씨가 차가워진
후에야 송백의 푸르름을 안다)의 구절을 빌려 <歲寒圖(세한도)>라는 제목을 쓰게 된 것
이다. <歲寒圖>는 이상적이 소장하다가,그후 그의 제자가 소장하였으나 일제 강점기에
당시 경성대 교수로 秋史 연구가이던 일본인 후지즈카 지카시의 손에 들어가 1940년
신병으로 교수직을 사임하고 1944년 <歲寒圖>를 포함한 추사의 컬렉션을 가지고 도쿄
로 돌아갔다. 하지만 당시 서예가이자 고서화 수장가인 소전 손재형이 삼고초려하며
매달린끝에 세한도를 다시 한국으로 가져오게 되었다고 한다.
출처/추사를 넘어(김종헌지음,푸른역사)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수록 빠르게 흘러만 가는 세월 (0) | 2018.11.21 |
---|---|
難得糊塗 (0) | 2018.11.18 |
사계蘭 ; 精彩梅 (0) | 2018.11.11 |
가을 가고 찬 바람이 불면 (0) | 2018.11.08 |
가을 여행 (0) | 2018.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