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에 숨다/류시화 안개 속에 숨다 / 류시화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 詩 모음 2018.09.08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고정희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라질 때 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 詩 모음 2018.09.03
마당을 쓸었습니다/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가 피었습니다. 지구 한모퉁이가 아름다워 졌습니다. 마음속에 詩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 .. 詩 모음 2018.09.01
구월이 오면/안도현 구월이 오면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 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 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 詩 모음 2018.09.01
능소화 연정/여은 정연화 능소화 연정 / 여은 정연화 얼마나 긴 세월을 흐느끼다 기다리다 꽃이 되었을까? 아니 오시는 님 못잊어 줄기마다 붉은 꽃잎 피웠네. 그리움에 시린 아련한 몸짓 애처로이 담장타고 흘러라. 혹여 님 오시려나 눈물로 지새운 가슴앓이 나날들 님이시여 지나시는 길 능소화 만나거든 고운 .. 詩 모음 2018.08.30
능소화 연가/이해인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는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나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 다른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도 불타는 당.. 詩 모음 2018.08.30
하늘이 보이는 때/이복숙 하늘이 보이는 때 / 이복숙 하늘은 늘 열리어 있습니다만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 메마르지 않은 사람에게만 하늘은 보이는 것입니다. 늘 하늘 아래 살면서도 참 오랜만에야 하늘을 보는 것은 이따금씩만 마음의 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볼 적마다 이제는 늘 하늘.. 詩 모음 2018.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