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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뿌리

부모와 함께 이해에 도달하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다.  구르지예프는 ‘부모와 원만히 소통하지 못한다면 삶을놓친 것이다.’라고 말하곤 했다.부모와의 사이에 어떤 분노가 자리를 잡고 있다면,그대는 결코 편치 않을 것이다.어디에 있더라도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용서하고 잊을 수 없을 것이다.부모는 그저 단순한 사회적 관계가 아니다.그대는 그들로부터 태어났다.그대는 그들의 일부분이다.그대는 부모라는 큰 나무에서 뻗어 나온 가지이다.그대는 여전히 그들에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부모가 죽으면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던 뭔가가 그대 안에서 죽는다.부모가 죽으면 그대는 난생 처음으로 뿌리가 뽑히고 홀로되었다고 느낀다.그러므로 그들이 살아있을 때 그대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드려라.그래야 이해가 생기고 그들과 소통할 수 ..

삶의 끝에서 떠 올리게 될 것들

‘버킷 리스트’ 하면 나는 죽음을 먼저 떠올렸다.이 말을 유행시킨 영화의 주인공이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노인 둘이었기 때문이다.그들의 버킷 리스트에는 언젠가 해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미래 시제의 소망이가득하다. 번지점프나 패러글라이딩 같은 것도 있지만 가장 많은 건 타지마할,피라미드 같은 여행 목록들이다.그런데 곽세라의 책 ‘나의 소원은, 나였다’를 읽다가 “정말 마지막 순간이 오면,마음은 가보지 못한 길을 가려 들지 않는다.대신 추억 속 그 길을 다시 걷고 싶어 하고 내가 알던 이들을 한 번 더 보고파한다”라는 문장을 읽었다.지름 21센티미터의 암을 선고받은 저자가 벼랑 끝에서 떠올린 건 버킷 리스트가아니라 앙코르 리스트였다.죽음이 비통했던 이유는 ‘잃어버릴 미래’ 때문이 아니라 ‘사라져 갈 과거’를..

신문 스크랩 2025.03.27

마음의 작용(우암 송시열과 미수 허목)

일체 법은 깨친 사람이 보면 그냥 부처님 법이지만깨치지 못한 사람이 보면 그대로 칼날이 될 수 있다. 숙종 때의 학자 우암 송시열이 금강산 구경을 갔다. 그는 구룡연 폭포 앞에 서서 이백오십여 척이나 되는 높다란 산봉우리에서 굉음을 내며 쏟아져 내려오는 은빛 물기둥과 물보라를 보고 마치 산이 찡그리고 물이 성내는 것과 같다고 시를 읊었다. 같은 시대 사람인 허목 허미수 역시 구룡연 폭포를 두고 시를 지었다. 그러나 그는 송시열과는 달리 폭포의  물기둥과 물보라가 너울거리는 한 폭의 비단 같다고 했다. 같은 폭포를 두고 두 사람은 어떻게 그리 다르게 보았을까?송시열은 마음에 진심(성내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폭포에서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며 그 진심이 원인이 되어 말년에는 사약을 받고 죽게 되었다. 허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