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스크랩

교언후안(巧言厚顔)

highlake(孤雲) 2024. 2. 15. 12:38

'논어’ 학이 편에는 “巧言令色(교언영색) 鮮矣仁(선의인)”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부분 이를 오독해서 “교언영색하는 자는 어질지 않다”고 옮기고 있다.

‘드물다’는 뜻의 선(鮮)을 놓친 때문이다.

선(鮮)을 주목하여 정확히 옮기면 “교언영색하는 자 중에 정말로 어진 사람은

드물다”는 뜻이다.

즉 어진 사람은 당연히 교언영색하며, 문제는 교언영색하는 사람 중에 대부분은

겉으로만 그렇게 하고 속은 어질지 않다는 것이다.

어질지 않다는 것은 사욕(私慾)을 더 중시한다는 말이다.

 

하나라 왕 태강(太康)이 정사는 돌보지 않고 사냥에 빠져 먼 곳으로 사냥을 떠나

100일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자 다섯 형제가 걱정하는 노래를 불렀는데,

그중 막내 노래가 ‘서경’에도 전하고 ‘시경’ 소아(小雅) 교언(巧言) 편에도 실려 있다.

 

“부드러운 저 나무 군자가 심었도다

오가는 길가의 말을 마음에 따라 분별해 내도다

편안하고 느린 좋은 말[碩言]은 입에서 나오지만

저 생황(笙簧) 같은 정교한 말은 얼굴이 두껍기 때문이로다[巧言如簧 顔之厚矣].”

교언영색을 말할 때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바로 얼굴이 두껍기 때문이다.

 

얼마 전 조국 전 장관이 창당을 선언했다.

2심에서 2년형을 받은 사람이라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오죽했으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자중하라”고 했겠는가?

 

그의 교언(巧言)은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낯빛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민정수석 시절 그의 낯빛은 늘 웃는 모습이라 영색(令色)에 가까운 편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거기에 넘어갔는지 모른다.

그러나 ‘조국 사태’라는 것을 거치며 많은 이가 그의 불인(不仁)을 낱낱이 알게 되었다.

 

여전히 그는 검찰 독재 청산 운운하며 교언을 일삼고 있다.

그가 이런 생황 같은 교언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낯이 두껍기 때문이다.

교언영색이 교언후안(巧言厚顔)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조선일보 오피니언(이한우의 간신열전)중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