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퓰리처상, 2014년 전미 도서상을 받은 시인에게 무명(無名)이라는 무례라니.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여성 시인 루이즈 글릭(77). 과문한 탓이겠지만,
발표 전에는 시인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 번역된 시집 한 권이 없다.
류시화 시인 등이 엮은 시선집에 한두 편씩이 수록되어 있을 뿐이다.
한국에서만 무명이었을까? 미국에서도 글릭은 주류가 아니었다고 한다.
중요한 상을 받은 시인임에는 분명하지만, 문학 전공 교수나 학생에게도 ’노벨문학상
글릭‘은 예상 밖이었다는 것. 글릭의 시를 번역·소개한 외국어대 정은귀 영미문학·
문화학과 교수는 “지난해에 세상을 떠난 메리 올리버처럼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지도 못했고,
평자들도 주목하지 않아서 학교에서도 많이 가르치지 않는다”고 했다.
정 교수가 페이스북에 덧붙인 말이 인상적이다.
“대단하지만 두루 대단하다고 인정받지는 못했던 시인”. 글릭이 10년 넘게 글을 기고했던
유력 문예지 뉴요커조차 그의 수상에 ’조금은 의외‘라는 표현을 쓴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