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모음

눈 오는 마을/김용택

highlake(孤雲) 2019. 1. 15. 10:24


눈오는 마을/김용택



저녁 눈 오는 마을에 들어서 보았느냐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마을이 조용히 그 눈을 다 맞는

눈 오는 마을을 보았느냐

논과 밭과 이 세상에 난 길이란 길들이

마을에 들어서며 조용히 끝나고

내가 걸어온 길도

뒤돌아볼 것 없다 하얗게 눕는다

이제 아무것도 더는 소용없다 돌아설 수 없는 삶이

길 없이 내 앞에 가만히 놓인다

저녁 하늘 가득 오는 눈이여

가만히 눈발을 헤치고 들여다보면

이 세상에 보이지 않은 것 하나 없다

다만

하늘에서 살다가 이 세상에 온 눈들이 두 눈을 감으며

조심조심 하얀 발을 이 세상 어두운 지붕 위에

내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