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 모음

만나면 물만 길이 흘러/대원대사

highlake(孤雲) 2018. 2. 13. 11:00



만나면 물만 길이 흘러 / 대원(大圓)대사

湖南遠客路悠悠 호남원객로유유

    今日留共逸遊 금일유공공일유

  峽氣擁方屬夏 협기옹첨방속하

泉聲透竹却疑秋 천성투죽각의추
新詩寫處驚人眼 신시사처경인안
妙法談時點石頭 묘법담시점석두
別後他年重會約 별후타년중회약
碧松深谷水長流 벽송심곡수장류

호남의 먼 나그네 길도 유유하더니
오늘에야 지팡이 멈추고 함께 노닐다
산기운 처마 에워싸니 이제 막 여름인데
대숲 뚫는 샘 소리에 가을인가 의심하다
새로운 시 쓸 때마다 사람 놀래고
묘법 말씀 할 때에는 돌머리도 끄덕여져
이별 후 다음 해 다시 모일 약속은
푸른 솔 깊은 골에 물만 길이 흐르겠지


‘지리산 벽송암 혜원대사에게 차운’(次智異山碧松庵惠元大師)하는 시이다.
지은 이는 대원대사(大圓大師)이다.

대사의 생졸에 대해서는 자세히 전해지지 않지만 대략 1714년 경에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
대사의 유집인 [대원집(大園集)]의 서문에 보면 대사가 15세 때에 무신난

(戊申亂)을 만나 군문에 응모하여 남한산성을 지킨 공이 있다 하니,
무신난은 영조 4년(1728)의 이인좌의 난을 말한다.

이 시는 시의 구도를 법도에 맞추려는 의도가 짙다.
먼 길로 서로 떨어져 있다가 오늘은 함께 있게 되었다는 기련을 시작으로 하여,

만난 지금의 계절이나 주변 경관을 말하면서 상대방의 인간적 면모와 다시 만날

기약을 예약하면서 끝맺고 있다.

수사의 흐름은 만나고 이별한다는 시간적 연속성의 수평적 직선이다.
호남 땅의 먼 길에서 와서 노닐게 되는 지금, 여름철의 산 기운이 주변을 에워싸지만
시냇물의 시원함에는 가을이 이미 왔는가 의심하게 한다.

이 순간 마주 앉은 두 사람의 대화는 시가 아니면 법리의 오묘함이다.
놀랠 만한 싯구에서 눈이 다시 트이고, 새로 깨닫게 되는 진리의 말씀에 돌 같은 머리도
열리게 된다는 자신의 겸손과 상대방의 칭찬이 무리없이 맞물려 있는 수법이다.

만나면 이별하게 되는 것이 상리이니 다시 만날 기약으로 끝맺는 것이 일상의 결론이다.
그런데 그 약속이 묘하다.
약속이란 시간과 장소가 제시되는 것이 또한 상식일 것인데, 여기서는 장소라 하기에는
너무 막연한 솔바람과 물소리이다.
푸른 솔은 항시 푸르고 물은 항시 흐른다.
또한 그것은 깊은 산 어디에도 있는 경관이다.
그러기에 이 시의 결련은 이런 면에서 묘미가 있다.

항시 푸른 솔이나 길이 흐르는 물처럼 이별이 이별이 아닌 만남의 상존이라는 암시인 듯하다.
 
                                <옮겨 온 글>


출처/가장 행복한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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